사설

의혹투성이 UAE원전 수주 진상 밝히라

2011.02.01 18:23

지난해 말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국군 파병을 결정할 당시 ‘파병이 원전 수주의 조건으로 약속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전 수주와 파병은 별개’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원전 수주에 협력하기 위한 (파병) 거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례 없는 형식의 국군 파병을 놓고 국민을 기만한 셈이다.

정부가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국민을 또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주 당시 전체 공사비 186억달러(약 22조원)의 절반이 넘는 12조원을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원전 수주 발표 당시 정부와 한국전력은 ‘자금조달은 UAE가 전담하고 한국은 원전을 짓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그래서 국민은 한전이 공사해주고 돈만 받으면 끝나는 것인 줄 알았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당시 “일괄수주로 200억달러 나왔다는 것은 지구상에서 처음이다. 10년 만에 돈 벌고 빠져나오니까 굉장히 해피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무려 28년 동안 빌려주기로 했다니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해외에서 대형 플랜트를 수주할 때는 일정 부분 금융조달을 떠맡는 경우가 많아 수출입은행이 공사비 일부를 대출하기로 한 것 자체를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리 쪽에 불리한 수주 조건을 감춘 채 대통령의 치적만 부각시킨 부도덕성과 과다한 대출 규모, 불투명한 대출 조건이다. 수출입은행이 약속한 12조원은 지난 한해 동안 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들에 빌려준 전체 수출금융(약 16조원)의 3분의 2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니 수출입은행은 혼자 감당이 안돼 시중은행들과 대주단을 구성하려 했지만 1년 넘도록 진전이 없다고 한다. 대출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낮아져 역마진을 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UAE가 이자를 붙여 갚게 돼 있다”며 우려를 일축한다. 하지만 수익성 있는 대출이라면 상업은행들이 왜 참여를 꺼리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돈 벌고 빠져나온다’던 한전 사장의 말과 달리 완공된 원전의 운영에 한전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조건이 붙어있다는 얘기도 있다.

UAE 원전 수주는 마치 양파껍질처럼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진상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든지 아니면 국회가 나서서 날치기 처리된 파병 문제를 포함해 UAE 원전 수주의 실체를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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