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장은 ‘민주당 도청’ 경찰 수사 막지 마라

2011.07.01 21:47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제 녹취록을 공개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문제의 문건이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던 한 의원의 주장과 달리 외부 문건이라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연루 의혹을 받아온 KBS 측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KBS를 직접 거론해 후속조치를 촉구했고, 침묵해온 한나라당도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도청 의혹에 대해 경찰은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무를 떠안게 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대응이다. 박 의장은 경찰이 현장 조사를 위한 국회 진입을 요청했으나 이를 허가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고 한다. 여야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민간 경호업체에 구체적인 조사를 맡기자는 것이다. 물론 국회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이 국회까지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할 국회의장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국회의 자율에 맡길 단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녹취록을 공개한 당사자인 한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온 문건”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 합동조사단이 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진상 규명이나 사태 해결이 아닌 정치공방만 키울 공산이 크다. KBS 해명도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실마리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식 도청은 없었다’는 표현을 두고 ‘도청’은 없었지만 ‘귀대기’ 또는 ‘벽치기’를 포함해 취재 관행상 용인돼온 방법이 동원됐다는 의미인지, 연루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지 해석이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토씨 하나하나까지 기록한 녹취록으로 볼 때 도청 행위 말고는 다른 방법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누차 밝혀온 대로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에서 제1야당의 대표실이 도청당했다면 누구의 소행이든 정당정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만약 도덕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여기에 연루됐다면 이 또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전문적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물증을 확보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3권분립과 국회의 자율성을 이유로 경찰의 현장 수사를 불허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길 경우 국회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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