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고·엔저 시대의 위기, 체질 강화로 타개해야

2013.05.12 21:27

지난 주말 엔·달러 환율이 마침내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달러당 100엔을 돌파했다. 100엔 돌파는 2009년 이후 4년1개월 만의 일이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008년 이후 4년7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이 깨졌다. 이 같은 ‘원고(高)·엔저(低)’로 한국 경제는 예사롭지 않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수출이 가격경쟁력을 잃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날개가 꺾인다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 뻔하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고 기업도 철저한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원고·엔저 현상의 심각성은 단순히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엔화 가치가 내려가는 것보다 그런 상승,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우리가 대응 태세를 미처 갖추기도 전에 원고·엔저 현상이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엔저 현상을 ‘엔저 공습’이나 ‘엔저 쓰나미’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엔저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주요 20개국(G20)도 용인하고 있어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현재로서는 엔저에 제동을 걸기 위한 국제공조도 물 건너간 상태인 만큼 우리 스스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최근과 같은 수준의 원고·엔저 현상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이전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 이상인 엔저가 대세였다. 과거 상당 기간 엔저의 파고를 잘 견뎌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엔저 현상에 대해서도 미리 겁부터 낼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얼마든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올라가더라도 그렇다.

무엇보다 기업의 체질 강화가 중요하다. 끊임없는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 기술 개발 등으로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높여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세계 시장에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이 뚝 떨어진 일본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공법뿐이다. 정부는 기업의 이런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원고·엔저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 각국의 경제 각축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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