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J 수사로 드러난 국세청의 민낯

2013.08.01 21:35 입력 2013.08.01 23:04 수정

어제는 국세청에 치욕적인 하루였다.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구속 수감된 데 이은 것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이 생명인 국세청의 전·현직 최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다니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전 전 청장은 국세청장 취임 직후인 2006년 7월쯤 CJ 측으로부터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그는 뒤늦게 ‘30만달러 중 일부를 받았으나 청탁 대가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냈다고 한다. 검찰은 국세청이 2006년 이재현 CJ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을 조사해 3600억원가량의 탈세 정황을 포착하고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데 CJ 측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의를 밝힌 송 서울국세청장은 CJ로부터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다만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국세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한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는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리는 국세청장의 말로가 이를 증거한다. 전직 국세청장 19명 가운데 8명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았다.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국세청은 요란한 자정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이제는 법적·제도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세청법’을 제정해 국세청장 임기제를 도입하고 국세청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돈 받고 탈세를 눈감아주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CJ 로비 의혹과 관련된 전·현직 국세청 간부들을 모두 조사해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바란다. 다른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까지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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