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째 계속되는 녹조 라떼…수문 개방 왜 못하나

2014.06.01 20:19

벌써부터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9일 촬영한 경북 고령군 우곡면 우곡교 아래와 그 상류인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낙동강 사진을 보면 이미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낙동강 녹조는 2012년 초 4대강 보에 물을 가두기 시작한 이후 3년째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그 시기 또한 매년 빨라져 올해는 지난해보다 2주가량 이른 5월 하순으로 앞당겨졌다. 게다가 이미 확산 정도가 ‘녹조 라떼’라고 부를 지경에 이른 모습이다.

대구시민과 경상도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 해가 갈수록 녹조가 심해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유해 조류가 생산하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성 물질에 수돗물이 오염되는 사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내에서는 조류 독소에 의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아직 보고된 적이 없고 환경 당국이 철저한 정수 처리를 통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녹조가 창궐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정부만 믿고 안심할 주민은 없다.

정부가 녹조 발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원인 진단부터 잘못된 데 있다고 본다. 4대강 보로 인한 유속 정체라는 핵심 요소는 배제한 채 낮은 강수량, 높은 수온, 긴 일조시간, 지천에서 유입된 영양염류 등에서 원인을 찾았던 과거 ‘4대강 정부’의 억지를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만 보더라도 녹조는 작년과 강수량에서 별 차이가 없는 가운데 지천이 아닌 본류에서, 그것도 보름이나 앞서 시작됐다. 지난해 녹조가 수온이 낮은 11월 초까지 목격된 것도 정부의 논리로는 설명이 군색하다. 문제의 핵심을 놔두고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답답한 것은 현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4대강 검증’조차 회피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점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던 인사들을 배제한 채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9개월이 되도록 국민적 의혹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성과를 내놓기는커녕 존재감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대론자들을 검증작업에 참여시키고 “보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녹조 발생이 보 때문이 아니라면 더더욱 국민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수문 개방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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