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개구에 특수학교 설립, 장애아와 이웃하며 살자

2017.09.26 20:48 입력 2017.09.26 20:52 수정

서울시교육청이 장애인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서울 8개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 늘리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장애 학생 부모가 무릎 꿇을 일이 없도록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이다.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한 교육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2002년 종로구에 서울경운학교 설립을 마지막으로 지난 15년간 초·중·고 과정의 특수학교를 세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통학을 해야 한다. 장애가 없는 성인도 이 정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내면 힘이 드는데 장애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절망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장애아를 보내는 사례도 있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중랑·동대문·성동·중·용산·영등포·양천·금천구 등이다. 이 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2837명이다. 특수학교 부족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9300여명이지만 이 중 30%가량만 특수학교에 적을 두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특수학교는 대부분 과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나 공간 여유가 있는 학교, 국공유지 등에 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충돌한 강서구 가양동 특수학교 설립건에서 보듯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여기는 시각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지역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등·하교 시간에 소음이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부딪칠 일도 없다. 특수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다.

서울시교육청은 선진국처럼 특수학교에 수영장·공연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같이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학교의 원활한 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청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반대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장애 학생들을 이웃으로 품으려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운이 나쁘면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누구나 장애 학생이나 장애 학생의 부모가 될 수 있다. 장애아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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