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악 폭염 속 76시간 일한 방송노동자의 죽음

2018.08.03 20:36 입력 2018.08.03 21:00 수정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촬영 스태프 김모씨(30)가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주 제작사 소속인 김씨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야외 촬영 현장에서 하루 20시간 연속노동을 비롯해 총 76시간 동안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도 재난 수준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다. 이후 김씨는 30~31일 휴무를 받아 집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숨진 김씨 곁에는 미처 뜨지 못한 라면 한 그릇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평소 지병도 없이 건강하던 김씨가 갑작스럽게 숨진 것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노조들은 주장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방송 제작 현장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문제가 됐다. 2016년 10월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찍던 CJ E&M의 신입 조연출 이한빛 PD는 하루 2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과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 폭언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방송 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방송업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시행시기가 1년 늦춰져 있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상 주 68시간까지가 최대 노동시간이다. 김씨가 언론노조 등의 주장대로 76시간을 일했다면 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시간 준수 여부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한 상태다. 방송계에서는 사측이 정부의 처벌 유예를 악용해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방송사는 방송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근로지침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방송사 소속 정규직뿐 아니라 외주사 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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