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사·공사의 어처구니없는 입시 오류 은폐

2019.11.01 20:55 입력 2019.11.01 20:57 수정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가 지난해 입시 1차 필기시험에서 채점 오류로 합격 대상인 43명을 불합격시켜 놓고도 1년 넘게 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두 사관학교 입시 담당자들은 오류 사실을 공유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1일 최근 감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국민 사과 후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합격 조치 및 배상을 약속했다. 국가의 간성을 기른다는 사관학교에서 입시 오류에 이어 은폐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엄정한 조사와 응분의 처벌이 필요하다.

이번 입시 오류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원칙대로 대응만 했어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채점 오류는 육·해·공·간호사관학교가 공통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의 20번과 21번 두 문항에서 일어났다. 시험지에는 20번이 2점, 21번이 3점으로 배점돼 있었으나 채점할 때 쓰는 문항분석표에는 반대로 표기돼 있었다. 간호사관학교는 시험지에 기재된 대로 채점했고, 해사는 공사로부터 오류를 통보받고 곧바로 추가 합격자를 발표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반면 육사와 공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육사 19명, 공사 24명 등 모두 43명이 불합격 처리됐다. 해사처럼 사후 시정 조치만 취했어도 이번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이한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 1년 동안 이 사실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관학교 입시 담당 과장은 학교장에게 오류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의 해묵은 은폐 악습이 도진 게 아닌가 한다.

국방부는 불합격 처리된 응시생들에게 올 입시 2차 시험 기회를 부여하고 합격하면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늦게 구제조치를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피해가 얼마나 보상될지는 의문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1년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절차적 ‘공정’이 무너지는 데 대한 젊은이들의 상실감이 크다. 그중에서도 입시 공정성이 가장 민감하다. 국방부는 허술한 사관학교 입시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채점 오류 사실을 공유하고도 제각각 다르게 조치한 경위와 오류를 어디까지 보고했고, 누가 조치를 하지 못하게 했는지 등을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드시 군의 은폐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