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녀 다르게 진화했다”는 교육부의 한심한 성인지 감수성

2020.05.01 20:37 입력 2020.05.01 20:45 수정

교육부가 남녀의 뇌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성차별적인 콘텐츠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삭제했다.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인권에 기반한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성차별을 조장하는 자료를 배포한 교육부의 무딘 성인지 감수성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교육부가 과연 미래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성인식 개선의 주무 부처로 제대로 일할지 의문이 든다.

교육부는 지난 30일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등 교육부 공식 SNS 페이지에 ‘여자의 뇌는 양육을 위해 공감에 적합하게, 남자의 뇌는 사냥을 위해 논리구성에 적합하게 진화했다’는 ‘아버지를 위한 자녀교육 가이드라인’ 카드뉴스를 올렸다. 여기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공동체가 변화하면서 남녀로 양분된 양육 시스템의 ‘효율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고정된 성역할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들은 주류 학계에서 유해한 성 이분법으로 비판받는 것들이다. 교육부는 2015년에도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 입장에선 여성에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식의 차별적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거센 반발을 불렀다.

교육부의 무딘 감수성은 이뿐이 아니다. 교육부는 성범죄 교육공무원에게 중징계를 하도록 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놓았다. 그러나 실제론 성범죄 교사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로 교단으로 돌아오고 있다. 말로만 무관용, 생색내기에 그친 것이다. 최근 n번방 사태에 이어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팬티를 빨아 인증샷을 올리라는 숙제를 내 파문이 일고 있다. 교원들 스스로가 성비위 교사 엄중 처벌과 근본적인 성교육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를 포함한 교육당국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적어도 교육 현장의 불평등 개선 의욕에 찬물을 끼얹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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