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용직 8%만 쓰는 육아휴직, 이러고도 저출생 탓할 수 있나

2021.08.02 20:51 입력 2021.08.02 21:08 수정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상용직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8.4%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가 나왔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육아휴직 활성화 관련 대책들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명한 증거다. 육아휴직이 심각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주요 해법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저 출생국인 한국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출생 해결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이번 통계에서 드러난 내용을 심각하게 인식해 육아휴직 사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2일 기존 가구주와 달리 아동 중심으로 가구 현황을 분석해 처음 내놓은 ‘아동가구 통계등록부’를 보면,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상용직 부모 294만6000여명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24만9000여명으로 8.4%에 그쳤다(2019년 기준). 더욱 큰 문제는 육아휴직 사용자의 증가속도도 둔화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책들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크게 차이가 나 어머니가 18.5%인 반면 아버지는 2.2%에 그쳤다. 여성들이 육아를 전담하는 현실이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법적 휴직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1~6개월에 그친 경우도 15.6%다. 이미 알려졌듯 사용률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커 공무원 등 비영리기업과 대기업 근무자에 비해 중소기업 근무자는 그 절반인 12.4%, 소상공인은 6.2%에 그쳤다. 육아휴직이 더 절실한 한부모 가정은 사용률이 오히려 더 낮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5년간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투입한 돈은 225조여원에 이르지만 인구 감소세는 여전하다. 실제 한국은 합계 출산율 0.84명으로 이대로 가면 ‘인구 절벽’ ‘인구 지진’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다. 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대책이 시급하다. 육아휴직 사용률 확대 자체를 높이기 위한 지원,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당장 필요하다. 또 남녀,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지도와 관리감독 등도 절실하다. 출산·양육·돌봄 과정에의 세밀한 지원, 교육과 부동산 등 출산 장려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토대 마련에도 정부는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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