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간 집회 옥죄려는 당정, 헌법적 권리 후퇴 안 된다

2023.05.22 20:43 입력 2023.05.22 20:44 수정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집회 대응 시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 조항 신설도 추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집회를 계기로 전날 고위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대응 방안을 정했다. 하지만 야간 집회 금지 법제화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후퇴시키는 입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쳐 야간 집회 금지 규정인 집시법 10조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2009년에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에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 취지는 야간 시위를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집회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은 입법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이에 여당은 헌재가 ‘보편화된 일상생활 범주’라고 판단한 일몰 후~자정 시간대를 제외하고 자정~오전 6시대 집회 금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자정~오전 6시대라도 집회를 허용하고 규제는 최소 범위에서만 해야 한다. 그러나 당정은 집회를 아예 금지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헌재 판결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것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을 건설노조 집회를 기화로 밀어붙이려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볼썽사납다. 집회 제한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보장하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박 의장 발언으로 제기된 면책 조항 신설 건도 위험한 발상이다. 경찰의 과도한 대응, 공권력 남용 등으로 인권 침해가 빈발할 우려가 크다. 2016년 백남기 농민의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의 노동 정책은 강경일로다. 경찰도 “폭력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한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몰아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박 의장은 물대포를 없애 집회를 못 막는다고 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초법적 망발을 늘어놓더니 급기야 야간 집회 금지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시민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이 반노조 공세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여당의 구태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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