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시스템 공천 어디 가고 ‘비선·밀실’ 얘기만 나오나

2024.02.19 18:51 입력 2024.02.19 20:09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제외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이재명 대표와 핵심 측근들은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은 자취를 찾기 어렵고 ‘비선·밀실 공천’ 논란이 당을 뒤덮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주말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 친문계·비명계 의원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현역 의원을 빼는 대신 이 대표의 영입인재, 친명계 신진 인사들을 넣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력을 조사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조사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비명계는 친명계를 내리꽂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설 연휴 직후에는 이 대표와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정성호 의원 등이 비공식 회의체에서 노웅래·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 등 각종 비위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거나 재판 중인 의원들의 컷오프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비명계 4선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이날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탈당했다. 김 부의장은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고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그러려면 공천 원칙과 기준이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하게 적용돼야 낙천자도 승복할 수 있다. 이런 게 민주당이 약속한 시스템 공천일 것이다.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 친명 지도부가 공관위를 제쳐두고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 친명 지도부·중진 의원들 중에는 선당후사 자세로 헌신과 희생을 자청하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이유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콕 찍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으니, 공천 공정성에 의구심을 사는 것 아닌가. 공천 파동으로 당을 두 쪽 내고 유권자를 실망시킨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돼야 하는가’란 질문에 국민의힘 36%, 민주당 31%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고, 국민의힘이 혁신적 공천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이유를 민주당은 깊이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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