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의 ‘입틀막’에 15계단 수직낙하한 언론자유

2024.05.05 18:17 입력 2024.05.05 19:10 수정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24 세계 언론자유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4.87점으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70점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 순위는 62위로 지난해보다 15단계 급락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상황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격받는 언론의 자유’ 사례로 분류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이 노골화하면서 언론자유가 수직낙하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현재의 언론 상황은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리를 거듭한 공영방송 장악,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언론 유관단체장 찍어내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검열기관화, 검찰의 언론사 강제수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KBS에서는 정권 낙하산 사장 취임 이후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방송 장치들이 무력화됐다. 검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며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대통령 부인의 의혹 보도에 대해 무차별 징계를 밀어붙였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이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평범한 가정주부가 거절하기 민망해서 받은 선물”로 비호하는 발언(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에서는 ‘권력 핵심에 대한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광기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여권은 ‘오불관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방송심의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 “보고받지 않았다”며 피해갔다. 하지만 방심위의 폭주 배경에는 야당 추천 인사를 무리하게 해촉하는 등 윤 대통령의 파행 인사가 작용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문제삼아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장본인도 윤 대통령이다. 언론자유 추락의 ‘알파와 오메가’가 윤 대통령에게 있음을 모르는 이가 드물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심위에 대해 “신중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거망동하는 방심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선의로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민간기구인 방심위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정권의 인식을 드러낸 문제 발언이다. 언론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윤 대통령은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자유를 퇴행시킨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다 경호요원들에 의해 끌려가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왼쪽 사진)과 카이스트 학생(오른쪽 사진).  엑스(구 트위터) 영상 캡처,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다 경호요원들에 의해 끌려가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왼쪽 사진)과 카이스트 학생(오른쪽 사진). 엑스(구 트위터) 영상 캡처,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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