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뒤의 미·중 패권경쟁

2020.03.22 20:35 입력 2020.03.22 20:45 수정

1930년대 대공황과 비견되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불행은 한꺼번에 밀려오고 좋은 일은 찔끔찔끔 일어난다. 증시 폭락에 앞서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서면서 유가가 폭락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즉각적인 금리 인하와 천문학적 현금투하 조치를 발표했지만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 사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한 것 같다. 이상한 일은 이번 증시 폭락에 앞서 미국의 정치, 경제 지도부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같은 논의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지도부는 자신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정동칼럼]경제위기 뒤의 미·중 패권경쟁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법이 가능하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심층적인 분석과 통찰이 요구된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코로나19 뒤에 숨어있는 미국과 자본주의의 총체적인 시스템 고장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별개로 경제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

장기간의 심각한 경제위기는 국제정치 질서에까지 총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은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패권국가는 전쟁을 통해 등장하곤 했지만 핵무기의 등장으로 강대국 간 전쟁이 불가능해진 지금, 과거의 공식은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렵다. 대규모 경제위기가 패권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경제를 국제정치적 정책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패권국가로 등장했다. 미국이 구축해온 패권질서의 특성상, 코로나19 위기사태의 추이는 미·중 패권의 향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패권국가는 외부도전보다 내부모순으로 몰락하곤 했다. 미국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지 모른다. 주가 폭락에 직접적 원인인 유가 하락을 초래한 셰일가스 문제는 미국의 치명적인 전략적 실책의 한 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1975년 합의로,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경쟁관계로 만들었다. 산유국과 감산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을 붕괴시켜 원유 공급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셰일가스로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다 패권체제의 한 축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이 이번 위기의 영향을 얼마나 적게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미·중 패권경쟁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소련이 강대국으로 등장한 것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덕분에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를 혼합한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피해가 적을 것이고, 그만큼 패권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다.

전쟁은 공황 탈출을 위한 고전적 방법이었다. 미국이 1929년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미국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고려한다면 중동지역이 유력하다. 중동지역의 전쟁은 곧바로 전 세계 원유수급을 악화시켜 미국 셰일업계의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와 이란과의 관계는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 경우 중동지역의 원유공급을 사활적인 이해로 생각하는 중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다.

동북아지역 안보상황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동북아지역은 미·중 패권경쟁의 최일선이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 중국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며, 안보상황의 불안정성은 가중될 것이다. 미국이 강하면 미국 편을 들고 중국이 강하면 중국 편을 들겠다는 기회주의적 사고방식으로는 직면하게 될 안보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중 패권경쟁에 희생되지 않도록 확고한 태세를 유지하되, 미국에 지나치게 안보를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전환과 별개로 한국군 단독작전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안보까지 어려우면 안된다. 우호적인 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변국과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체제의 특성상 이번 경제위기에서 비켜나 있을 수 있는 북한은, 우리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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