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환경과 경제‘미국의 위선’

2001.04.01 19:00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교토(京都) 기후협약 이행 거부를 선언한 이후 공영방송인 PBS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방송들이 시사좌담회에서 이번 조치를 다루고 있다. 결론은 한결같이 미국이 취할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분석가들이 내놓는 또 다른 결론이 있다.

이번 선언이 정치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PBS의 한 출연자는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부시 대통령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떻게 이러한 이율배반적 결론이 가능할까.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미국인들의 이중성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환경문제라면 요란하다. 환경단체의 행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외국의 환경문제까지 걸고 넘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실생활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 생활용품이다. 미국인들의 생활은 일회용품들이 지배하고 있다. 일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는 맥도널드, 웬디스, 버거킹 등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은 쓰레기 배출공장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의 개선을 지적하지 않는다. 필기구 등도 일회용이 대종이다. 92년 필자가 연수할 때 가게에서 돈을 주고 빈 깡통, 페트병 등을 수집하던 모습은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만 회수율은 크게 낮다. 도심에서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버스와 트럭은 단속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영리 농업개발 기구인 ‘윈록(Winrock) 인터내셔널’의 재생에너지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 피터 윌리엄스는 “미국의 위선”이라고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이 안팎으로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번 조치를 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위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승철·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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