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토론’없는 입시개선 워크숍

2001.11.01 19:01

지난 31일 저녁 서울 모호텔에선 서울지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 협의회 주최로 ‘대학입학전형 개선방안을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30여개 대학의 입시책임자가 참석한 이 워크숍에선 언론에 보도된 대로 공동입학관리제나 고교간 학력차 인정 등 민감한 내용의 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간간이 박수만 나왔을 뿐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이 학생의 대학선택권을 빼앗고 대학 서열화만 공고히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불러일으킨 ‘공동입학관리기구’의 개선안으로 ‘선호도데이터센터’라는 안을 내놓았으나 질문은 단 한명밖에 없었다. 그나마 질문도 “새로 내놓은 안도 결국 대학서열화를 가져오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김실장은 “보안만 유지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두루뭉수리한 대답으로 마무리했다.

발표가 모두 끝나자 사회자가 “여러 의견이 나온 만큼 의문점이나 문제점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해 달라”고 종용했지만 침묵만이 가득했다. 결국 사회자가 “우선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토론을 하자”고 말한 것으로 워크숍은 사실상 끝났다. 1시간 가량의 식사가 끝난 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자리를 떴고 일부 주요 대학 처장들은 “커피나 한잔하자”며 끼리끼리 나갔다.

물론 “언론의 관심이 커 부담스럽다”는 한 발표자의 말처럼 민감한 입시문제에 대해 이해가 다른 대학들이 속내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민감할수록 공론의 장에서 터놓고 토론해야만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보다 나은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입학처장들부터 멍석을 깔아 놓았을 때 기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 하루였다.

〈김진우기자·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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