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학업에 뜻없는’ 外遊국감

2003.10.01 18:35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감이 끝나자 대사관 직원들은 ‘근래 보기 드문 화기애애한 국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국감 일정은 이틀간이었으나 하루로 줄었다. 한승주 대사가 뉴욕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바람에 국감을 할 수가 없었다고 의원들은 설명했다. 남은 하루는 다음 행선지인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일정 때문에 오후 4시에 끝냈다. 따라서 실제 국감에 소요된 시간은 3시간 반 정도에 불과했다.

또 전날 대사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동포간담회는 당일 느닷없이 취소됐다. 뚜렷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모처럼 모국 의원들에게 재미 한인들의 애로를 이야기하기 위해 잔뜩 준비했던 교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했다. 동포간담회를 억지로 하자고 하더니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흔한 고성도 없었다. 호칭도 서로 꼬박꼬박 ‘님’자를 붙였다. 예상가능한 질문들을 주마간산격으로 쏟아놓고는 “서면으로 답해 달라”며 서둘러 일어섰다.

이번 국감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원로급 의원 5명만 왔다. 신당과 민주당에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편 의견이 없으니 논란을 벌일 일도 없었다. 가장 첨예한 현안이었던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의원들은 한결같이 파병을 촉구했는데 한대사도 “파병을 해야 한다”고 맞장구치니 더 이상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짧은 일정 속에 여러 나라를 돌며 감사를 해야 하니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감의 기능이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라면 당내 사정을 이유로 불참한 정당은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그렇다고 서로 등이나 두드리고 갈 바엔 아예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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