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맥 챙기기 人事는 그만

2003.12.01 18:30

노무현 정부의 제2기 출범을 위한 개각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노대통령은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직후 그것이 통과되면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재신임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인사개편이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정이든 기업 경영이든 리더십과 조직관리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을 골라 쓰는 일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면 사람이 혹 가지는 단점들을 보완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시스템을 움직이는 주체는 역시 사람이다. 법률과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이 잘못 운용하면 헛일이다.

노정부의 1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인선은 이른바 ‘코드 인사’로 불렸다. 보수언론들이 부정적으로 쓴 말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코드 인사는 책임정치를 위해 불가피하다. 작년 대통령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공약한 정치노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에 동질적인 인물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선거가 정책 대결로 판가름날수록 다른 정부도 그럴 것이다.

=개각얘기 심심찮게 나와=

그러나 선거전의 논공행상이나 전근대적 의리 지키기는 코드 인사와 종류가 다르다. 지금까지 노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자신이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잘 기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개혁정치를 위한 코드 인사가 아니라 인맥 챙기기에 불과하다. 겪어 보았으니까 그 사람의 능력과 됨됨이를 잘 안다고 하지만 노대통령이 만난 인재의 범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륜있는 개혁 인사가 중요하지 노대통령과 인연을 가졌다는 것이 큰 변수가 돼선 곤란하다. 청와대 인사보좌관제를 새로이 만들었고 중앙인사위원회도 있지만 인선 대상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그런 시스템은 서류나 챙기는 기능적 업무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노대통령은 보수언론에 의해서 코드 인사라고 비판받았지만 당초 지지기반인 민주개혁 진영에서는 코드도 아닌 ‘인맥 인사’라고 더 강한 반발을 샀다.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도 원래 지지기반이던 범민주개혁 진영이 편협한 인사스타일에 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지지기반이 와해됐고 식자층의 냉소가 만연됐음을 새겨야 한다.

지난 10월말 노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던 ‘이광재 파동’은 사실상 신중하지 못한 인사운용이 불씨였다. 참여정부와 가장 밀접한 동반자들이 직설적으로 비판한 뒤에야 교정된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비판의 대상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실세’였기 때문이다. 실세란 자신의 공식 직책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호칭으로 대통령 주변에 그런 실세가 생기면 안된다.

더구나 청와대와 내각의 주도 그룹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젊은 나이에 국정을 판단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중용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정부의 정치노선에 적대적인 보수언론이 색깔론 대신 재빨리 연륜을 지적하며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공격하는 한 단서이기도 하다. 국민들로선 386세대라는 시쳇말 때문에 노정부가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한층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여기서 노대통령이 차기 내각과 청와대 개편 때 고민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부각된다. 하나는 개혁성이고 다른 하나는 연륜으로 이 두가지에서 일관성을 지키느냐, 수정하느냐는 고민일 것이다.

=개혁성+연륜 조화 기대=

나는 노대통령이 둘을 혼합해서 ‘전략적 개혁노선’으로 나가기를 제언하고 싶다. 곧 젊은 나이의 개혁코드 인물 중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설익은 개혁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은 노련하고 원숙한 개혁을 기대한다. 개혁정책을 전략적으로 실천할 연륜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노정부는 아직 개혁정책들을 제대로 입안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제2기의 인사도 중점은 개혁정책들을 기획, 실천, 관리할 인재를 구하는 일이다. 청와대는 기획과 조정, 내각은 실천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핵심은 인재발탁의 대상 범위와 방법이 교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다면평가제가 제아무리 장점을 갖는다 해도 그 대상이 선거참모나 자문교수들에 국한된다면 곤란하다.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능력이 있는 자에게 자리를 맡기라’는 금언을 지키기 바란다.

〈김재홍/경기대 교수·정치학〉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