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단축’의 출발점

2007.01.01 17:21

〈김재두/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군 복무 기간의 단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아직 시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유급 지원병과 사회복무제도, 예비군 편성을 포함한 병역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려되는 것은 변화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기 이전에 그 의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의도 둘러싼 논란 본질 벗어나-

일각에서는 ‘국방개혁 2020’ 법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선거용 선심정책으로 안보의 근간을 흔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준비해온 측에서는 지난해부터 포괄적인 검토를 해온 사안으로서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고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치적 논쟁 차원에 머무를 경우 현실에 부합하는 대안을 찾는 과정은 조명 받지 못하고 그 결과로 여론의 지지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시책이 모색되었는지 그 출발점부터 정리되어야 한다. 사안의 특성상 군사적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면 배경 설명과 더불어 현실적 대안들을 놓고 합리적인 안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다루기 힘들었던 군 지휘관들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병사 개개인의 고민과 지휘관의 어려움, 가정과 사회의 고통이 공통분모를 이루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오늘날의 군대가 지난날보다 물질적으로는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세심한 관리 시스템도 발전되었고 병사들 간의 분위기 역시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과연 병사 개개인의 군 생활 적응도가 과거에 비해 좋아졌을까? 필자는 반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사회의 변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각 가정의 생활수준과 무관하게 오늘날의 병사들은 ‘자식 중심의 분위기’를 떠나 ‘공동의 규범’을 우선시하는 생소한 곳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여기에는 핵가족의 폐단과 급증하는 결손가정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군 지휘관들은 ‘밥상머리 교육’이 덜 된, 상처받기 쉬운 귀한 자식들을 모시고 싸우면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중고(二重苦)를 안은 셈이다.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심신이 건강한 병사와 간부가 기본인데 그 기초를 다지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 과거에는 형과 동생이 집에 남아 있었지만 오늘날 외동아들의 입대로 그의 빈자리는 본인이나 가정에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정과 학교에서 누적된 문제를 군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전투력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군 지휘관등 각계 의견 수렴을-

또 다른 어려움을 살펴보자. 날이 갈수록 군의 전투장비는 과학화된다. 간단히 조작법을 익히는 것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 숙련된 전투병력이 절실한 것은 모든 나라에 공통된 소망이다. 그렇다고 양질의 자원을 장기간 병영에 묶어놓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국가 경쟁력의 문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한 군을 가진 선진국들은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징집제를 견지할 경우 복무 기간을 단축시켜왔다. 유급 지원병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서도 부사관과 초급간부들에게 미치는 영향, 상당 액수의 봉급을 받는 병사들을 관리하는 지휘부담의 문제는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우리 능력에 합당한 적용 시기와 범위가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쟁점이 된 문제들은 이미 연구 차원에서는 검토가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국가의 효율적인 인력 관리 차원에서 시기와 규모, 지원능력이 현실성을 가지는지 구체적 사안들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부디 우리 군의 전투력이 보전되는 가운데 야전 지휘관들과 병사 개개인이 겪어온 어려움이 허심탄회하게 반영되는 길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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