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확장이 능사는 아니다

2010.12.01 21:36
정욱식 평화네트워크대표

[시론]군비확장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강력 대응하기로 천명한 가운데, 전방위적인 군비확장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대규모의 무력시위를 비롯한 한·미연합태세 강화, 교전규칙의 공세적 수정, 서해 북방 지역에의 대대적인 전력증강, 국방비 대폭 증액, 대북 전단 살포를 비롯한 심리전 재개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북한의 도발로 국방 태세에 허점이 확인된 만큼 이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군비확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북한의 공격에 대한 부실한 대응이 과연 연평도 배치 전력의 미비와 교전규칙의 문제 때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북한의 공격 초기 대포병 레이더와 6문의 K-9 자주포 가운데 3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군당국이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는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존 무기 체계의 운용 유지 및 군기강 확립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최근 들어 군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교전규칙은 본래 무력충돌 및 확전 방지에 고유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전투기 등 추가 전력을 동원한 보복 공격 주장은 이러한 교전규칙의 목적 자체를 도외시한 것이다.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통한 전력증강 계획도 우려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 31조2795억원보다 2.3% 늘어난 31조9941억원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K-9 및 K-55A1 자주포, 정밀타격 유도무기, 대포병 레이더, 무인항공기, F-15K 2차 사업 및 KF-16 성능개량,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32조원에 달하는 2011년 국방예산안은 2009년 북한 국방비의 약 10배이자 국민총생산보다 3조원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러한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은 남북한의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는 한편, 이미 적신호가 켜진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켜 국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복지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쓰여야 할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지역에 대규모의 전력을 증강하는 계획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군당국은 연평도에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MLRS) 6문을 추가 배치했고, 백령도 등 서해 5도에 각종 지대지 미사일 배치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대포병 레이더와 음향표적탐지장비, 영상감시장비 등 감시·탐지 장비도 대폭 증강하고 있다. 이미 서해에 남북한의 군사력이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대적인 전력증강은 북한의 반작용을 야기해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면적이 좁은 연평도에 전력을 집중시킬 경우 효과적인 운용을 어렵게 할 수 있고, 유사시 북한의 핵심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특히 이들 전력의 상당 부분은 서부전선에서 차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방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군비확장은 남북한 사이의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키게 될 것이다. 안보딜레마는 나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나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3차례의 서해교전과 천안함 침몰, 그리고 연평도 피격은 이러한 속성을 잘 보여준다. 남북한이 ‘치킨게임’을 멈추고 안보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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