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얼룩, 존립근거 잃은 국제중

2013.06.02 21:22 입력 2013.06.03 05:27 수정
이윤미 |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시작한 서울의 두 개 국제중학교가 각종 학교운영 비리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중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에서 속속 드러난 입시부정은 학교운영의 파행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원·영훈 국제중학교는 2008년 특수목적학교로서의 타당성 부족과 특권학교라는 질타 속에서 출범했다. 교원단체 및 학부모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후원으로 운영이 시작됐다. 현재 드러난 각종 부정사례들은 사학비리의 전형을 드러내며, 학교가 본래의 교육적 취지를 실현할 역량이 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시론]비리 얼룩, 존립근거 잃은 국제중

국제중학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스쿨’이 아니며 내국인 성적 우수자를 가려 뽑는 학교다. 설립 당시 국외 장기체류자 자녀의 교육 등을 내걸었지만 실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졸업생은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소위 명문고에 진학하고 있다. 일반 중학교와는 달리 고액의 학비를 낸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해 법인이 약속했던 장학재단 설립도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사배자의 수업료 전액이 국고에서 지원되고 있다.

특수목적학교(특성화)라기보다는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흥 명문학교라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국제중학교가 서울의 초등학교 교육에 미치고 있는 영향도 크다. 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고, 국제중학교 입시에서 요구되는 성적 평정방식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성적 조정 등도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중학교가 지난 5년간 드러낸 교육적 문제들은 학교 설립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국제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인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어떻게 키워져야 하는가? 별도의 특수 조기교육이 필요한 분야인가? 의무교육 단계에서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글로벌 인재 양성이 타당한가? 이러한 질문들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국제중학교에 사배자(비경제적)로 입학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관심을 촉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최근 자퇴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제중학교에서 나타난 문제는 유명인사의 입시부정 의혹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특혜 속에서 편법 운영된 국제중학교의 존립 근거 자체에 있다. 글로벌 인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중학교 입시경쟁을 유발하고, 별도의 명문학교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중학교 단계에서 특성화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와 인류 문제에 대한 높은 감수성과 책임의식을 갖춘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 인재를 양성하려면 무엇보다 교육 자체가 정의롭고 공공적이어야 한다. 운영 비리로 문제가 되는 학교가 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다. 또한 글로벌 인재가 특수교육으로 키워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글로벌 인재는 글로벌 시민교육의 보편적 기초 위에서 형성될 수 있다.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글로벌 인재라는 명목으로 특수학교를 만들기보다 모든 학생을 국제 시민의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글로벌 시민으로 만드는 보편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조기 특수교육의 필요성이 여전히 논란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비리로 얼룩진 국제중학교 운영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다. 사회적 기대효과가 불분명하고, 사회적 비용이 높은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교육시스템의 왜곡을 지속시킨다면 곤란하다. 교육당국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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