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시스템 제대로 고쳐야

2014.05.01 21:29
김용성 |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가슴 아픈 재앙이다. 사건 발생 당일부터 정부의 초기 대응 혼선,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등 재난관리시스템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돌이켜보면, 여러 문제점과 위험요소가 누적된 후진국형 사고로서 선사와 선장·선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잘못 또한 대단히 크다.

[시론]재난관리시스템 제대로 고쳐야

정부는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올 2월에 인적재난의 컨트롤타워를 소방방재청에서 안전행정부로 옮기면서 전문인력을 흡수하지 않는 등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총괄 지휘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문제점을 노출하며 초기 대응에 혼선을 초래하였다. 현장에서도 각 부처의 구조인력들을 총괄 지휘할 책임자가 없어 일사불란한 대응이 되지 못했고 인명구조를 위한 초기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안전처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국가안전처가 국가 재난안전 전문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자리매김하려면 국가안전처의 대다수를 방재안전직 등 전문직 공무원으로 충원해야 한다. 기술직은 물론 행정직도 방재안전직으로 전직하여 국가의 재난안전 분야에 전념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국가안전처의 성패는 전문직의 구성 비율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수습지원단의 상설화 및 현장 지휘체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현재 비상설인 중앙수습지원단을 상시 가동하도록 하고 , 재난 유형별 전문가를 확보한 후 다양한 훈련을 통해 재난 수습지원의 베테랑으로 양성해야 한다. 또한 각종 대형 재난 시 현장 지휘체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부처 간 협업 시스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올 2월 소방방재청에서 실시한 중앙부처 재난관리 평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자연재난 대비 상황판단회의를 수행한 적도 없고 수행할 생각도 없다고 답변하는 등 청급 기관에서 주관하는 재난관리 평가에 장관급 부처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이 현 정부의 재난관리 협업체계의 단면을 잘 설명해 준다. 이미 적색등이 켜져 있던 셈이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에서는 재난유형별 재난·위기관리 전담조직과 각 부처 간 업무를 명확히 재검토하고 상호지원체계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상대비자원 및 방재자원 관리 업무에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연평도 사태보다 더 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항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전시동원자원의 점검이 중요하나 현실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난의 수습 시 인적·물적 자원 동원의 실제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비상대비자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상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일상화 및 대형 자연재난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상청과 소방방재청의 국가안전처로의 흡수가 필요하며, 안행부의 안전기능 및 국토부의 건설안전, 산업부의 전기안전과 가스안전 등 각종 산업 관련 안전기능도 통합해 안전관리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훈련 등을 통한 공공·민간기관의 재난안전역량 제고도 중요하다. 대학·연구소·학회·협회 등에 재난안전 교육시스템을 마련해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이들을 통해 전문지식이 사회로 확산·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방재·위기관리 연구개발 예산 증액으로 재난유형·상황·규모별 다양한 재난전개 시나리오에 의한 훈련·지원·평가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재앙이 다시는 없게 하려면 재난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더 이상 망양보뢰(亡羊補牢)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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