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호기심 자극‘청소년 성매매’

2001.05.01 19:00

호기심은 인간의 특성이다. 대중매체는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숨겨진 성욕이나 공격심을 기술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신문이 ‘섹스 다루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실상보도 자제 대책 초점을-

그러한 면에서 4월28일자 3면에 크게 보도된 ‘청소년 성매매 실태’는 매우 조심스러운 기사이다. 이 역시 과거 ‘티켓 다방’ ‘미아리 매춘 단속’ 등의 보도가 보여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실태에 대한 자세한 통계와 ‘남성 1명, 여성 2명의 변태적 성관계’에 대한 설명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을 연상시키기보다 독자의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한다.

형식적으로라도 연령제한이 있는 영화와 달리 신문은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 읽는, 연령통제가 불가능한 매체이다. 이 기사에서는 자세한 실상보도를 줄이고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대책을 각계 전문가로부터 끌어내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공론화시켰어야 했다. ‘무엇을 왜, 얼마만큼 알려야 하나’라는 언론의 선택에는 늘 고뇌가 뒤따른다.

자식을 키우는 대한민국 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은 인생의 화두이다. 부모들은 성공담에 목말라 한다.

4월23일자 23면의 ‘경향이 만난 사람’에서 다룬 민족사관고등학교 이야기는 매우 교육적이었다. 독자는 물론 교육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분들도 반복해서 읽어볼 만한 이야기였다. 아쉬운 것은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에 관한 논점에 대해 좀더 심도 있는 의견 청취와 토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민족사관高 인터뷰 교육적-

한 학교가 예외적으로 잘한 것을 주로 듣는 것만으로는 이 나라 교육에 관한 갈증을 해소시키기가 어렵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탁상공론이 이 나라 교육을 망쳤다. 설령 현장의 목소리가 다소 지나치게 보도 되더라도 독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다.

4월23일자 5면의 ‘불운의 386실업자’에 대한 보도는 실업자 문제를 세분화,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기사이다. 가정붕괴와 실업을 연결시킨 것도 좋았다. 다만, 실업이 아이들에게 주는 고통, 40대 사망률이 높은 사회에서 ‘386실업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건강 문제와 그 사회적 파장 등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했다. 지면이 부족해서 할 수 없었다면 같은 면의 ‘영양가 없는’ 정치 이야기를 줄일 수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쟁점에 관한 제대로 된 토론이 늘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향신문의 ‘쟁점, 무엇이 문제인가’를 좋아한다. 4월27일자 7면의 안티사이트 규제에 관한 쟁점 토론도 흥미 있게 읽었다. 쟁점토론의 재미는 찬성이나 반대에 치우치기보다 토론자들이 펼치는 논리와 설득력의 힘을 느껴보는 것에 있다. 논리보다는 정서에 치우치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점이 아니던가. 논점 대비표는 독자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었다.

4월25일자 3면의 ‘의사 월소득이 22만원?’ 보도에 관해서는 통계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제안하고 싶다. 통계로 대중을 오도하는 것은 매우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통계로 거짓말 하기’라는 책도 있다. 보도자료를 그냥 옮기기보다는 그 통계의 허상과 실상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작업을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고 본다.

-쟁점 토론 읽는재미 쏠쏠-

예를 들어 아주 낮은 소득을 신고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은 어떠한가, 실제로 거의 일을 못하는 상태이거나 또는 높은 소득을 올리기 힘든 근무여건은 아닌가 등등의 교란변수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소위 ‘전문직=고소득자’라는 정서를 배경에 깔고 쓰는 기사는 자극적이어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객관적이고 좋은 기사가 되기는 힘들다. 최근에도 ‘주사제 남용 실태’ 통계의 허상을 주무 부서에서 인정하지 않았던가. 다양한 전문직에 관련된 기사를 마치 의사만이 그러한 것처럼 제목을 다는 것도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모든 독자들이 다 본문을 자세하게 읽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도언·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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