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안전을 혼동한 CNG버스

2010.08.19 21:26
홍창의|관동대 교수·경영학

지난 9일 서울 행당동에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의 가스통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15일에는 서울 숭인동에서 버스 타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CNG에 대한 불안감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시내버스 사고에까지 전이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식으로 시내버스는 물론 택시까지 그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대중교통의 역사를 돌아보면, 무언가에 쫓기듯 유행처럼 급진적이고 전면적으로 개편된 느낌이 든다. 2차 오일쇼크 이후 1982년 택시 연료는 액화석유가스(LPG)로 전면 교체되었다. 가격 때문이었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 이후 경유버스 대부분이 CNG버스로 교체되었다. 이때는 환경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편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LPG의 경우 국내 정유 생산으로 충당을 하지 못해 추가로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고, CNG의 경우 달리는 폭발물이 되어 버렸다.

혹자는 택시의 LPG화와 버스의 CNG화가 서울 공기를 맑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승용차, 화물차도 모두 기체연료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기체연료를 운반하거나 저장하는 과정에서 액체연료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배출가스는 연비와 상관성이 높은데, 휘발유와 경유보다 훨씬 연비가 떨어지는 기체연료를 대중교통 차량에 강요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차량 환경기준을 엄격히 해 휘발유와 경유의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액체연료는 오염원이고 기체연료는 환경친화적이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점잖지 못한 처사다. 세금에 의한 가격 착시현상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인위적 세금격차와 지원금 제도로 인한 불공평한 가격체계 속에서 과보호되고 있는 기체연료는 에너지정책과 자동차산업정책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만일 세금과 지원 수준이 똑같다면, 기체연료의 경쟁력이 있을까?

원유 1ℓ를 정제해 휘발유가 8.2%, 경유가 26.6%, LPG가 3.6%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상대비는 21 대 69 대 10이 된다. 결국 우리의 정유산업 실태를 보면 경유가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등록된 연료별 차량비율은 49 대 37 대 14다. 에너지분야, 자동차산업, 정유산업 그리고 교통·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따로따로 겉돈다는 증거다. 버스는 아직도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1위의 교통수단이다. 대중교통의 안전과 에너지정책에 관한 종합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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