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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계의 과학포경 반대 목소리 경청을

2012.11.19 21:10 입력 한정희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

지난 7월, 파나마에서 열린 제64회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과학포경 개시를 선언하자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 국무부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호주 총리, 뉴질랜드 외무장관까지 나서 외교적 압박을 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인과 환경단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11월1일에 열린 환경단체 의견수렴 회의에서 농수산부는 애매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포경 금지와 모든 고래종 보호를 위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마저 지난 14일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원회 심사에서 찬반논쟁 끝에 계류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바다에 서식하는 고래의 운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과학포경 대상으로 지목한 한국연근해 밍크고래 개체군은 이미 과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국제포경위원회가 보호 개체군으로 지정했다. 이들의 개체수가 최근 늘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해마다 5~7%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부가 굳이 밍크고래를 살상하면서까지 파악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들의 먹이습성이다. 고래가 상업어종을 다 잡아먹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습성 연구는 조직 샘플을 통한 지방산 분석이나 배설물 분석 등 비살상적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상업어종의 감소는 고래가 아닌 인간의 과도한 어업활동의 결과다. 세계식량기구는 세계 어족자원의 80% 이상이 과도한 착취로 인해 심각한 고갈 상태에 있다고 보고한다.

지금 한국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다음달 국제포경위원회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과학포경을 진행한다면, 과학을 위장한 상업포경으로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과학포경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전 세계인의 목소리를 한국 정부에 전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95개국에서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에 동참했다. 정부가 이러한 세계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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