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이 태국으로 간 까닭은

2013.07.01 21:33
염형철 |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1990년대, 세계사회운동의 현장에 나가면 한국의 사회운동은 뜨거운 찬사에 싸이곤 했다. 민주화운동의 승리와 시민운동의 성공은 개도국에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행사의 마지막에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한국의 역사가 세계의 전설이 되기를 함께 기원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시민운동은 국제사회에서 핀잔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단체들도 국제행사 참여에 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니 어쩌니 하면서도, 아직 다른 나라의 운동을 돕거나 그들의 문제에 진심으로 연대를 보낸 경우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도움만 청하는 한국의 단체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점차 차가워졌고, 한국의 단체들도 민망해서 고개를 디밀기 어려워진 때문이다.

[경향마당]환경연합이 태국으로 간 까닭은

환경운동연합이 태국에 가서 6조원 규모 토목공사를 수주한 수자원공사를 비판한 것을 두고 국익을 해쳤다느니, 매국을 했다느니 논란이 뜨겁다. 보수언론들은 처벌을 해야 한다거나, 국민으로서 보호할 가치도 없다는 주장까지 사설로 쓰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게, 한국 정부나 한국 기업이 외국에서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고 잘못에 대해서도 침묵하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반세기 동안 국제연대를 게을리해왔던 한국 사회단체들만큼이나 구시대적인 주장이다.

니제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환경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적극 활동했던 단체는 쉘의 고국에 해당하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지구의 벗’이었다. 남태평양에서 프랑스가 핵실험을 시도할 때 죽음으로 항거했던 이들은 프랑스의 그린피스다. 환경운동은 국경을 넘고, 미래세대의 권리를 지키는 운동이다. 환경단체가 자기 나라 정부와 기업을 비판했다고 마녀사냥을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런 사태는 환경단체의 국외 활동에 생소한 한국 사회에서나 가능한 해프닝이다.

게다가 한국 언론들이 환경연합을 비판함에 있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인용하고, 발표 내용을 비틀어서 썼다. 수자원공사가 근래 3년간 부채가 758%나 늘었다고 소개한 것을, 부채가 자본의 70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고 옮겼다. 오보를 낸 태국 신문을 찾아내 인용하면서 환경연합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7월1일 타이포스트가 자신들의 오보를 즉각 수정했는데, 이제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환경연합은 태국을 다녀온 후, 9개 단체 공동의 감사 성명을 받았다. “수자원공사(K-Water)를 둘러싼 사회적·환경적 이슈를 공유하고 현장조사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해준 환경운동연합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환경운동연합의 대표자가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태국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이것이 물 관리 사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참여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한 과정의 시작입니다. … 생태계와 환경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창립 20년을 맞아 환경연합이 활동의 중심을 점차 아시아로 옮기는 중이다. 한국의 환경문제가 여전히 많은 부분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개도국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파괴를 막는 데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감시하게 될 우선 대상은 당연히 한국 정부와 기업이 될 것이다.

※ <이렇게>는 열린 지면입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 제언 등 소재와 글의 형식에 관계없이 독자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살아 있는 글로 충실히 지면을 꾸미겠습니다.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글은 op@kyunghyang.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02)3701-1202~4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