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천사병원’

2002.10.01 18:20

사람의 몸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약 60조개 세포들이 정밀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손가락에 작은 가시가 박히면 온 몸이 아픔을 느낀다. 우리사회도 하나의 살아있는 몸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사회를 급속히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어 왔다. ‘개구리 소년’ 부모들의 애끓는 마음은 수많은 부모의 안타까움으로 전이됐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간다. 영양분과 산소를 지닌 혈액이 잘 흘러야 몸이 건강하듯이 법과 상식, 인정이란 우리사회의 혈액도 잘 흘러야 건강하다 할 수 있겠다. 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조들은 ‘십시일반’이란 말을 널리 썼다. 그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에서 우리보다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우리사회에서도 ‘나눔’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소득의 1%를 나누는 운동이 퍼지고 있고, 1,000원 혹은 2,000원의 작은 나눔들과 자원봉사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꽃동네’가 불우한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도 월 1,000원의 작은 정성들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많은 것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작은 것을 나누는 마음이 모이면 큰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

소외된 이웃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다일천사병원이 4일 문을 연다고 한다. 천사(1004명)로부터 1백만원씩 모아 병원을 세우자는 ‘1004운동’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 병원에는 소위 ‘588’ 윤락여성들의 후원금 47만원과 미화원·노점상들의 정성도 담겨 있다고 한다.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5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했으나 ‘땀과 눈물이 없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적은 월급 때문인지 유급 전문의가 한명밖에 안된다니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든 천사병원의 개원소식은 반갑다. 휘청거리는듯한 우리사회가 그래도 이만큼 유지되는 것은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연재 논설위원 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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