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중화(中華)주의

2009.10.01 16:45 입력 2009.10.01 23:15 수정
김철웅 논설위원

[여적]중화(中華)주의

중국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축하 물결이다. 올해는 추석 명절까지 겹쳐 경축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어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선 대규모 열병식 등 화려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이래 중국이 지난 60년간 이룩한 성과는 일일이 수치로 나열하기 어렵다. 달라진 중국의 위상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G2(주요 2개국)란 말로 집약된다. 올해는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넘어 세계 2위가 되며 2040~205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연히 웅비하는 중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 국경절 행사 취재를 위해 108개 국가 300여개 언론매체에서 1300여명을 베이징에 특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관심에는 장래 ‘팍스시니카’를 구가할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큰 몫을 차지한다. 덩샤오핑은 1997년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노선을 유언으로 남겼다. 앞으로 50년간은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들지 말고 조용하게 힘만 기르라는 뜻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서 이 노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됐고 작년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이 약해졌다.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崛起)할 여건이 성숙한 셈이다.

중국의 대국굴기는 나아가 외부 세계에는 중국위협론으로 발전한다. 중국이 현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기존 강대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위협세력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미국식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론과 통한다. 중국위협론에는 분명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바로 중화주의다. 자국을 세계 중심의 우수한 나라라고 믿는 중화주의는 다른 나라를 오랑캐로 천시해 ‘화이(華夷)사상’으로도 불린다. 이 중화주의는 최근 노골적인 민족·애국주의와 결합해 위협적인 모습을 띠기도 한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유혈사태나 동북공정, 고구려사 왜곡 문제 등은 모두 일그러진 중화주의의 발로라 볼 수 있다. 국호에도 ‘중화’가 들어 있는 중국은 요즘 대외적으로는 이 말의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패권주의로 비치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은 부정적 의미의 중화주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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