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투자자 업은 현 부총리

2013.08.01 21:35 입력 2013.08.01 22:12 수정
이대근 논설위원

지난 3월 14일 여주 대림산업 공장이 폭발, 6명이 죽었다. 그로부터 두달이 채 안된 지난 5월 당진 현대제철, 5명이 죽었다. 그 두달쯤 뒤인 7월 서울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장에서는 7명. 다시 한달이 지나기 전 울산 삼성정밀화학에서 3명. 그 사흘 뒤 방화대교 공사장에서 2명.

정부와 여당, 재벌은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불평하지만, 그 주장이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기업 연쇄 살인이 가능한가. 그들이 떠받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이 심각한 사회적 범죄는 기업 파산과 기업인 감옥행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부하직원 몇 명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재산상 약간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끝냈다. 선진국 치고 이렇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 없다. 누구는 목숨을 거는데, 누구는 푼돈 걸고 판돈을 다 쓸어가는, 이런 불공정한 게임을 지켜보는 정부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가와 기업인의 창의성과 투자가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력이 투여되지 않고는 어떤 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노동 없이 산업도 없다. 자본가가 그토록 노동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실이 노동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노동자들은 또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입고 자고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경제도 살아난다. 그들이 가난하거나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면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때 경제민주화·복지를 통해 힘든 노동자의 처진 어깨를 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별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경제민주화는 거의 끝났다 하고, 복지는 실종 상태이다. 그사이 줄푸세가 되살아났다. 규제 풀어줄 테니 맘대로 해보라는, 이른바 ‘재벌에 매달리기’다.

그래서인가, 그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돈 많은 투자자 한 분을 업었다. “투자하는 분은 업고 다녀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대로 한 것이다. 참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건 ‘나는 시키는 대로만 한다, 불공정·불균형 바로잡기는 바라지 말라’는 신호 같았다. 현 부총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목숨 걸고 일하는 저 땀흘리는 노동자도 한번 업어 주세요’라고 한마디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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