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미노총 위원장 “올 대선에 민노총 독자후보 낼 것”

2007.05.01 17:56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행보엔 ‘파격’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이석행 미노총 위원장 “올 대선에 민노총 독자후보 낼 것”

그는 올해 1월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정부 각 부처 장관을 잇따라 만나는가 하면 적대적 파트너였던 재벌기업과의 대화 물꼬도 트고 있다. 투쟁과 선명성으로 투영되던 이전 민노총 위원장의 이미지와는 다른 방식이다.

노동절을 맞아 현장 대장정에 나선 이위원장을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만났다.

그는 행보 못지않게 발언도 파격적이었다.

그의 첫마디는 “올해 대선에서 민주노총 독자적으로 후보를 낼 것”이었다. 민주노총 독자 대선후보론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11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당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대선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선출 방식’에 관한 당규약 개정을 놓고 투표를 벌인 결과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당대회를 재소집, 대선후보 경선에 민중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지 않으면 조합원 동의를 얻어 진보진영내 후보를 물색, 독자적으로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 압박용인가, 아니면 진짜 후보를 낼 것인가.

이위원장은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 등 선거를 통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운동의) 핵심”이라며 “민노당이 질과 외연의 확장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독자후보를 낼 의지도 있고, 실제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말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노동현장을 돌고 있다. 1930년대 중반 중국 공산당 마오쩌둥의 1만㎞ 대장정을 연상케하는, 이른바 ‘현장대장정’이다. 하루 14시간 동안 평균 600여명을 만나는 강행군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면 지역의 농성장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노조원의 고충을 나눈다. 부족한 잠은 차에서 이동하는 중간 중간 토막잠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이위원장은 ‘현장대장정’의 취지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끊임없는 이윤 축적에 있습니다. 세계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윤 축적이 한계에 도달했고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위기로 전가시키는 실정입니다.”

이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계급이 분화하고, 이에 따른 내부 갈등이 노동운동의 위기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노조의 힘은 단결력. 하지만 법과 제도 등 현실은 노조의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해결책으로 ‘산별노조’를 제시했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산별의 틀속에서 사용자와 맞서야만 노동자 권리를 지켜내고 사회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위원장은 “올해 산별교섭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위원장은 “한번도 (파업을) 포기한 적이 없지만 함부로 사용하는 우(愚)를 범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운동은 현장의 조합원과 더불어 하는 것”이라며 “집행부는 그동안 조합원을 주체로 생각하지 않고 대상화하는 데만 골몰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위원장은 “촛불집회 하나라도 80만 조합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비정규직법 시행령 재개정을 위해 6월말까지 단계별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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