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선언

2010.02.01 17:48

국제사회 압박·시대 요구에 굴복

1990년 2월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철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세기 말까지 인종분리 정책을 고수해오던 남아공이었지만 국제사회의 압박과 시대의 요구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제의 오늘]1990년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선언

클레르크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의회 연설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도자 넬슨 만델라를 조만간 석방하고 ANC를 비롯한 반 아파르트헤이트 단체를 합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형제를 중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대통령의 연설은 흑인과 백인 사회 양쪽 모두에 충격적인 것이었다. 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클레르크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며 남아공 정부의 결단을 환영했다. 반면 극우파인 보수당은 “집권당의 발표에 대한 백인 유권자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사실 이날 남아공 정부가 밝힌 개혁 조치는 과감한 것이기는 했지만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89년 9월 출범한 클레르크 정부는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흑백 차별 종식을 1순위로 꼽고 일련의 유화 정책을 실시해왔다.

남아공 정부가 태도를 선회한 것은 인종 차별 정책을 포기하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은 경제 제재를 부과해 남아공을 고립시켰고 이 탓에 남아공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옥중에서 3000여개의 인권단체를 통솔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만델라가 수감 중 사망할 경우 흑인들의 동요가 커질 수 있다는 것도 근심거리였다. 62년 반역죄로 체포, 6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만델라는 70세를 넘긴 고령인데다가 지병으로 사경을 헤맨 이력이 있었다.

클레르크 정부는 연설이 있고 9일 만인 2월11일 만델라를 석방했고 이듬해부터 인종차별과 관련된 각종 법률을 폐지했다. 94년 5월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남아공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으로 기록된 클레르크는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한 공로로 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