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법 통과로 법치국가 정체성 흔들…제2 보안법 나온 것”

2016.03.15 22:18 입력 2016.03.15 22:27 수정

민변 새 회장 정연순 변호사

국내 최대 인권변호사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14일 제12대 회장으로 정연순 변호사(49)를 선출했다. 첫 경선으로 뽑힌 첫 여성회장이다. 정 당선자가 15일 경향신문과 만나 감회와 계획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25년 동안 민변에서 활동했고 전 회장이자 남편인 백승헌 변호사도 이곳에서 만났다. 그는 “1991년 민변에 4번째 여성 회원으로 가입했을 때는 여성 인권을 논의하는 위원회조차 없었다”며 “이후 여성위원회를 만들어 호주제를 폐지시켰고 이제는 민변의 첫 여성회장이 됐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변 첫 여성 회장에 당선된 정연순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민변 첫 여성 회장에 당선된 정연순 변호사가 1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민변은 2004년부터 경선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전 11대까지 모두 단독 후보가 출마해 실제 경선이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출범한 민변의 28년 역사상 첫 경선이었다. 경선 상대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건을 변론한 이재화 변호사였다. 정 변호사는 선거운동 기간에 전국 민변 변호사들을 만나 현 정부의 인권 상황, 업계의 어려움 등에 대해 들었다. 정 변호사는 “이번에 귀담아들은 변호사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민변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 정국을 ‘법치국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라고 했다. 테러방지법 통과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많은 과거사 사건이 군사 독재시대의 인권유린이었고, 이 가운데서 핵심 문제는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조직은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같이 가지고 있어 문제였는데 이번에 국정원에 또다시 이런 권한을 주게 됐다. 제2의 국가보안법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민변은 인권침해적인 정부 정책에 때로는 공익소송으로, 때로는 거리투쟁으로 싸워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민들에게 인권상황을 적극 알려 공감을 얻고 여론을 모아 풀어볼 계획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는 사법의 문제와 긴밀히 이어지게 마련”이라며 “민변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시민사회와도 함께 가고 싶다”고 정 변호사는 말했다.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이 줄어든 데는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변호사는 민변의 절반을 차지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요즘 나오는 변호사들도 공익을 향한 뜨거운 열정만은 예전과 동일하다지만 법조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사무실 유지에도 허덕이고 있다”며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고자 민변에 오지만 정작 변호사 본업을 하다보면 바쁘고 힘들어 공익활동과 멀어지는 악순환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가 내놓은 방안이 ‘공익인권변론센터’다. 센터는 4월에 문을 열 예정으로 상근과 반상근 변호사들이 공익 소송을 기획하면 회원들이 원하는 소송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소셜 펀딩’ 등을 통해 시민에게 소송비용을 지원받아 변호사들의 부담도 줄여볼 생각이다. 정 변호사는 “지금까지 민변의 공익소송은 위원회 단위여서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많았다”며 “센터를 만들어 일반 회원들의 공익소송 참여를 늘리고 선배 변호사에게서 노하우를 배울 기회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