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홍상수 “난 작은 세계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

2020.03.01 21:32 입력 2020.03.01 21:33 수정

홍상수 감독이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하고 있다.  베를린 | AFP연합뉴스

홍상수 감독이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하고 있다. 베를린 | AFP연합뉴스

홍상수 감독(60)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받은 데 이은 쾌거다.

홍 감독은 2월29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 김민희와 포옹을 나눈 뒤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자 배우 김민희와 서영화가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홍상수 “난 작은 세계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

홍 감독은 일상적인 대화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고, 특히 남녀 간의 내밀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를 따라가는 영화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이며, 김민희와 7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한국에선 올봄 개봉한다.

“큰 의도의 유혹 되도록 떨치고
섬세·세부적인 것에 집중 노력”
‘기생충’ 이어 한국영화의 쾌거

수상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이 영화가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면서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도록 큰 의도를 갖고 만들려는 유혹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다”며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과 관련해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홍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세번째 경쟁 진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가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불륜설에 줄곧 함구하던 두 사람은 2017년 3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선언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도망친 여자> 외에도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스페셜 갈라 부문, 김아영 감독의 <다공성 계곡: 트릭스터 플롯>이 포럼 익스펜디드 부문에 초청됐다.

황금곰상엔 이란 감독 ‘데어…’
출국금지 당해 시상식 참석 못해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의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이 받았다. 라술로프 감독은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해 영화제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 바란 라술로프는 대신 수상하며 “정말 감동적이고 행복하다. 그러나 제작자가 오늘 이곳에 없어 너무 슬프다. 그를 위한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2017년 뇌물 상납을 거부하다 박해를 당하는 남자 이야기를 그린 <집념의 남자>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그해 여권을 몰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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