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농약·약제 직접 만들어 보세요”

2022.08.29 22:11 입력 2022.08.29 23:01 수정

감태·은행·할미꽃·돼지감자…제주 농수산물의 ‘쏠쏠한 변신’

배성준 농촌지도사가 지난 22일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 친환경 농자재 제조실에서 친환경 유화제를 만들고 있다. 박미라 기자

배성준 농촌지도사가 지난 22일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 친환경 농자재 제조실에서 친환경 유화제를 만들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 제조실

3~4일 정도면 식물추출액 완성
농가 친환경 농업 관심 높아지며
2014년 개장 이후 꾸준한 발길

지난 22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동부농업기술센터. 본관 건물 뒤편에 위치한 친환경 농자재 제조실에서 배성준 농촌지도사가 직원 한 명과 함께 파란색의 110ℓ 통에 물 2.5ℓ, 가성가리(가성칼리)를 들이부었다. 통째로 흔들흔들 잘 섞은 후 카놀라유 18ℓ를 추가로 넣었다. 이번엔 전동 믹서 드릴을 들고 혼합액체를 휘젓는 작업을 이어갔다. 친환경 농업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화제를 만드는 작업이다.

늦은 오후에도 꺾이지 않는 더위와 계속되는 혼합 작업에 배 지도사의 이마에서는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배 지도사는 “믹서 드릴로 점성이 생길 때까지 섞은 후 며칠간 숙성시키면 액체가 굳는다”며 “물과 함께 교반기에 넣어 다시 섞는 작업을 하고, 또다시 며칠을 두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때는 농업인들이 사전예약 후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 방문해 직접 제조하면 옆에서 기계 사용법, 제조 방법 등을 알려주고 안전관리를 한다”며 “낮에 농가들과 일정을 잡지 못할 때는 저녁에 제가 제조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동부농업기술센터는 유화제, 식물추출액 등 각종 친환경 약제를 제조하는 공간인 ‘친환경 농자재 제조실’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농가에서 구비하기 어려운 기계를 갖추고 병해충 방제, 비료로 사용할 약제의 제조, 활용 정보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친환경 농자재 제조실은 제주에 있는 농기센터 중에서도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제조실에는 공압추출기 3대, 교반기 3대, 에어컴프레서, 재료를 섞을 때 사용하는 내열 플라스틱통 등 각종 기계와 도구가 구비돼 있다. 이를 이용해 친환경 농가에서 액비, 살균·살충제 등으로 사용하는 식물추출액, 황토유황합제, 유화제 등을 만들 수 있다. 농가가 고가의 기계를 보유하지 않아도 제조실을 이용해 쉽게 약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식물추출액은 고온, 고압 방식의 공압추출기를 이용해 만든다. 추출 재료는 농가가 직접 준비하는데, 은행부터 할미꽃, 돼지감자, 협죽도 등 재배작물과 농가의 기호에 따라 다양하다. 제주에서는 바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태와 같은 해조류의 원액을 추출해 당근 농가 등에서 액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날 한 농가는 담뱃잎을 가져와 식물추출액 제조를 부탁했다. 배 지도사는 “일정량의 물과 재료를 공압추출기에 넣으면 3~4일 정도 걸려 식물추출액이 완성된다”며 “식물추출액은 원재료의 성질에 따라 액비, 살충·살균제로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황, 황토를 이용해 제조하는 황토유황합제는 주로 살충제로 사용하고 유화제는 다른 재료에 섞는 전착제로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자재 제조실은 2014년 문을 연 후 현재까지 260여명의 농업인이 찾아 식물추출액 등 53t을 제조했다.

친환경 농업을 7년째 하고 있는 고송림씨는 “집에서 제조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 때 제조실을 방문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배 지도사는 “시판되는 농자재의 가격 부담이 크고, 자가 제조를 하려 해도 기자재를 갖추지 못해 고생하는 농가가 많다”며 “제조실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대량으로 친환경 약제를 만들 수 있어 농가의 경영비 절감과 친환경 농업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