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3 송년 기획-우리 곁을 떠난 인물들

외교로 ‘죽의 장막’ 걷어낸 키신저·비운의 2인자 리커창…역사 속으로

2023.12.27 21:18 입력 2023.12.27 21:46 수정

해외

헨리 키신저·리커창·오에 겐자부로(왼쪽부터)

헨리 키신저·리커창·오에 겐자부로(왼쪽부터)

냉전 시기 미국의 외교를 주도하며 대통령에 필적하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1월29일(이하 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100세.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후 국무장관까지 겸임한 그는 ‘핑퐁 외교’로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며, 1972년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으로 데탕트(긴장 완화)를 구축했다. 아랍과 이스라엘 간 휴전을 불러온 ‘셔틀 외교’도 그가 시작했다.

‘비운의 2인자’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10월27일 68세로 숨을 거뒀다.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에 전해진 갑작스러운 부고였다. 중국 공산당 내 3대 계파 중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한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그는 시 주석 집권 1∼2기 10년 동안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를 지냈지만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시 주석의 전례없는 3연임과 함께 쓸쓸히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다.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실패 두 달여 만인 8월23일 비행기 추락사고로 62세로 숨졌다. 식업 경영자 출신으로 ‘푸틴의 요리사’라 불린 프리고진은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창립, 아프리카·중동 등 세계 각지의 분쟁 현장에 개입하며 이권을 챙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전장에서 공을 세웠으나 군 수뇌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일으킨 반란은 ‘일일천하’로 끝났고, 결국 그는 의문의 죽음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들과 같은 전철을 밟았다.

일본 전후 세대 대표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3월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23세 때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그는 이후 장애인 아들을 기른 경험을 토대로 <개인적인 체험>을 펴냈다. 1994년엔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26년 만에 일본인 두 번째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이듬해 한국을 찾아 “일본은 인류 전체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4월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그는 <전장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 OST 작업에 활발히 참여했으며, 1987년 <마지막 황제> OST로 그래미상과 오스카상을 받았다. 사카모토는 특히 환경과 평화 문제에도 적극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6월12일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디어 재벌 출신인 그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무솔리니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총리로 꼽히지만 그가 재임하던 시절 이탈리아 경제는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등 역성장을 거듭했다. 2011년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악명 높은 ‘스캔들 메이커’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3월24일미국 자택에서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65년 반도체 집적회로에 쌓는 트랜지스터의 밀도가 약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내놨다. 무어의 주장이 상당 기간 맞아떨어지면서 업계에선 회로 선폭을 줄이는 미세공정 경쟁이 본격화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이 8월20일 7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개발도상국 경제에 관심을 갖고 개발도상국의 부채 및 성장 문제를 주제로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비판하며 ‘실용적 경제학자’를 자처했다. 코엔은 <세계화와 그 적들> <불평등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코노미쿠스> <악의 번영> 등 저서들을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천성 폐질환을 앓던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가 9월20일 6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를 다룬 <만우절>(April fool 2020)은 2021년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서막을 장식했다. 국립미술관인 라익스뮤지엄에서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 11점과 그의 사진을 나란히 거는 <12 X 어윈 올라프> 사진전이 2019년에 열렸다. 렘브란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사진작가였던 셈이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축구인 보비 찰턴이 10월21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선수 시절 포지션은 미드필더였으며 은퇴 후에는 1984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술이사를 맡았다. 잉글랜드의 유일한 월드컵 우승(1966년)을 이끈 선수로 1950년대 중후반 잉글랜드 축구를 빛낸 ‘버스비의 아이들’의 일원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67~1968시즌 유러피언컵에서 우승하기까지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맨유의 초기 역사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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