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결산승인 이례적 부결

2003.07.01 22:40

한국방송공사(KBS)와 한나라당의 껄끄러운 관계가 1일 국회의 KBS 결산 승인안 부결이라는 상황을 연출했다. 승인안 처리는 재상정조차 불가능한 일로 헌정사상 처음이다.

발단은 KBS가 2002년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 1백20억원 중 1백12억원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등 방만한 예산집행을 했다는 의혹이 빌미가 됐다. 결산심사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보고에서 “간사로서 결산 심의를 하면서 상당히 황당한 것들이 많았다”면서도 “11개 시정조치 요구사항을 첨부해 가결해달라”고 승인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이경재(李敬在)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나서 KBS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신임 정연주 사장을 비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의원은 “최근 KBS 자체 조사를 보면 공영성 지수가 MBC 등 민영방송보다 낮다”며 “국민을 우민화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사장을 겨냥해서는 아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뒤 “이념적 사회로 몰아가는 프로그램을 하려 하는데 그렇다면 세금이나 다름없는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관용(朴寬用) 의장은 “국회법상 시정 요구한 결과를 받아보기 위해서도 승인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재석 154석 중 찬성 72석으로 가결 정족수에서 5석 모자라 부결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부결시키기로 당론을 정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KBS2 TV 민영화를 위한 명분쌓기와 평소 불편한 관계인 KBS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자충수가 됐다. 결산안이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KBS에 대한 감사원의 회계 감사의 길이 사라지고 당초 결산심사위가 요구한 11개 시정조치도 물거품이 됐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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