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고집 이재오, 이유있는 ‘몽니?’

2007.05.01 18:24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선 캠프 좌장격인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 이틀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언론들만 대문 앞에서 진을 친 채 빈집을 지켰다. 재·보선 참패 후 그가 꺼낸 최고위원 ‘사퇴’ 카드의 파괴력 때문이다. 전여옥·강창희 최고위원 등 3명이 그만둔 상황에서 그의 사퇴는 현 지도부의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

이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대표의 쇄신안 발표후 그의 선택은 ‘사퇴’쪽으로 기울었다. 이전시장이 1일 직접 두차례나 4시간여 동안 설득했지만 ‘고집’을 완전히 꺾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전시장의 ‘장고’ 다른 편에 이최고위원이 서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이최고위원이 단순히 캠프의 ‘2인자’가 아니라 이전시장과 같은 길을 가면서 지분도 나누는 ‘정치적 파트너’라는 의식과 무관치 않다. 이전시장도 ‘조직’ 문제만은 그에게 일임하고, 자신을 대신해 지방 강연이나 교육까지 요청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최고위원은 왜 강재섭 대표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것일까. 이전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최고위원은 강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경선 때 자신을 도운 박전대표를 음양으로 지원할 것이므로 이참에 판 자체를 바꿔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전시장측 요구대로 강대표가 공정한 경선관리를 표방하고 대통령후보선관위, 후보 검증위원회 등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기구들을 중립적 인사로 구성한다고 해도 결코 ‘중립’이 될 수 없다고 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표 경선 당시 “다 이긴 상황에서 박전대표측이 나서면서 역전된 아픔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그렇다고 쾌도난마할 수도 없는 처지다. 사퇴를 강행할 경우 양 대선주자 캠프의 대립 격화와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부담 때문이다.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현 지도부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과 당의 분열·혼란의 책임을 “다 뒤집어 쓴다”는 논리로 그를 만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벌써 캠프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캠프 관계자는 “이최고위원이 너무 튀는 감이 있다”며 “언론보도를 봐도 이전시장보다도 이최고위원이 열쇠를 쥐고 있는 것처럼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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