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뒤에 숨은 국정원… 헛물켠 국회

2011.02.25 21:19

印尼 특사단 절도 사건

국회 정보위 ‘맹탕’ 보고

여야 “모욕하나” 분통

국회 정보위원회가 25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절도 의혹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가 ‘맹탕’으로 끝났다. 국정원이 ‘NCND(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만 취하고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럴 거면 뭐 하러 왔느냐” “국회를 무시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간담회는 분개한 민주당 의원들이 중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30분 만에 끝났다.

국정원은 김숙 1차장, 민병환 2차장, 김남수 3차장이 참석한 비공개 조찬 간담회에서 “국익을 위해 이해해달라”며 국정원의 연루·수습 과정에 대한 질의에 함구했다. 이번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는 김남수 3차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지금 현재 이렇다 저렇다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또 “내부 문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의 문제도 있다.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면서 “경찰수사를 지켜보고 있으니 인내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냐”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쪽팔린다”고 분개했다. 정 최고위원은 간담회 후 “국정원의 사고가 너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면서 “다음달 4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격앙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15분간 식사하고, 30초 브리핑 받고, 4분30초 아우성치다가 끝났다”면서 “적어도 이 사건에 대한 국정원 수습상황이라도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익을 위해 이만큼 인내했는데 하는 거 보니 안되겠다”며 “이제부터 깊이 관찰하고 알아내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일도 못하고 뒤처리도 못하는 무능한 국정원은 필요없다”면서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남수 3차장은 책임을 지고 해임돼야 하고, 형사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국정원 문제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에도 여러 가지 정보가 입수되지만 정보기관 문제이고 국익 차원에서 우리가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24·25일 대정부질문에서 간헐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했을 뿐 새 의혹 제기나 추궁은 없었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국익’을 거론하며 물렁하게 대응해온 민주당의 자세가 국정원의 모르쇠와 버티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