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진영아 사퇴 두고 “그걸로 됐다”… 밀실·부실 인사 논란

2012.02.02 21:56 입력 2012.02.03 00:06 수정

비판 커지는 인사 스타일… “엘리자베스 여왕 같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은 2일 진영아 공직자후보추천위원이 전날 허위 경력과 거짓말 논란으로 사퇴한 것을 두고 “그걸로 일단락이 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공천위원들도 여러 말이 나온다는 물음에 “(진 위원이) 자진해서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 사퇴했는데 자꾸 토를 달고 이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제 이걸로 마무리가 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진 위원을 뺀 공천위원 10명에게 임명장을 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정말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천은 화룡점정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일 국회에서 공직후보추천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2일 국회에서 공직후보추천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비대위 회의에선 진 위원 사퇴 문제가 거론됐다. 한 비대위원은 여성·교육 몫의 진 위원이 빠졌으니 1명을 더 채워 공천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비대위원은 “그 정도 논의만 있고 바로 당명 개정으로 화제가 전환됐지만 만약 토론이 계속됐으면 진 위원을 누가 추천했는지, 사과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란이 나왔을 것”이라며 “모두 논의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과 비대위가 논란을 봉합한 셈이다.

당은 종일 술렁거렸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인 서병문 공천위원(68)은 당 재정위원 출신이고,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위 특보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서 위원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고 중소기업이 어려워 중소기업 대표로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배포한 소개 자료엔 이런 정치 경력은 없다. 또 다른 위원은 과거 속했던 조직에서 돈 문제, 직원들과의 불화 등에 휩싸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런 공천위가 하는 공천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며 “공천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박근혜 인사스타일’을 두고 당 안팎의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공천위원 발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비대위는 ‘촉새’가 나불거려가지고…”라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거니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비대위원 인선이 발표 전날 유출됐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당시 측근에게 정보유출자를 알아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통 보안을 강조하는 박 위원장의 인사스타일은 ‘촉새’가 나서 인사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 측근은 “사람 일인 만큼 말이 퍼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밀실 인사’ 후유증과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보안을 강조하면서 주변의 몇몇 인사들하고만 논의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아주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식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인선이 내각 인선이었다고 생각해 봐라. 회심의 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많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공천위 인선파동을 보니 이 정부 초기 인사파동이 연상된다”며 “그냥 가다가는 누구보다 인사권자에게 치명적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한 쇄신파 의원은 “박 위원장을 보면 ‘나의 생각을 알게 하지 말라’고 했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폐쇄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에서 ‘회의를 모두 공개하자’ ‘인터넷 생중계를 하자’는 비대위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는 박 위원장의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된다. 당내에선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박근혜 인사의 단면이 나왔다는 시각도 많다. ‘자기 기준’을 고집하는 폐쇄성과 좁은 인재풀, 제한된 조언·자문 그룹을 지칭한 것이다.

친박계도 의견이 갈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이 장관 인사청문회하듯 모든 걸 다 뒤져서 검증할 수는 없다”며 “꼬투리 잡아서 흔들기 시작하면 싸우자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몇몇 인사가 사람 찾는 일을 독점하고 자기 사람 밀어넣는 식으로 인사해서는 안된다. 누가 추천했는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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