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엎드린 85명 초선들, 김태호·이인제는 ‘신친박’, 뭉친 충청권 ‘영남’ 품에

2015.07.09 22:09 입력 2015.07.09 22:18 수정

‘새누리 지형도’ 변화

여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숙청’되는 ‘유승민 파동’ 동안 여권의 속살이 여실히 공개됐다. 여당을 바라보는 과거의 ‘틀’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현상들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풍파를 겪는 동안 변화된 ‘새누리 지형도’를 되짚어봤다.

■ 풀보다 빨리 누운 초선들

우리 정당사에서 쇄신·정풍 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익숙하게 등장했던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모습은 이제 새누리당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물이 됐다. 새누리당 의원 160명 가운데 초선은 85명으로 53.1%(새정치민주연합 46.9%)에 이르지만 이들이 이번 원내대표가 축출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거나 존재감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김성태·박민식·황영철 의원 등 ‘재선 그룹’이 청와대에 맞서나 했지만 미풍에 그쳤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는다’는 풀보다 ‘박근혜 키즈’ 초선 의원들은 더 빨리 누웠다는 평이다.

18대 국회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출신의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일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비겁하다. 총선을 불과 1년도 남겨놓지 않고 있어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가늠하느라, 소신이고 철학이고 쓰레기통에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파를 떠나 “새누리당에 미래는 없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 ‘네오 친박’의 탄생

‘비박계’로 분류되던 지도부 일각의 변심도 눈에 띈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청와대의 눈치만 봐서는 안된다. 청와대 출장소로 비쳐지는 정당은 공당이 아니다”라고 했던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엔 청와대 ‘1등 공신’이 됐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충청권 의원들을 소집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등 이번 사태에서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 못지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박 핵심’인 대통령 정무특보 윤상현·김재원 의원보다 이들이 지도부에서 ‘유승민 맹공’의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불안감과 사정당국에 꼬투리가 잡혔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에서 “성완종 사건 등 검찰에 약점이 잡힌 인사”라며 이인제 최고위원의 ‘신친박’ 행보 배경을 에둘러 설명하기도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친박 카스트’의 최상위 계급 바로 아래쯤에 이번 일로 혁혁한 공을 세운 김 최고위원 등 ‘네오 친박’이 들어가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 충청의 영남 편입

새누리당 의원을 지역별로 양분하면 영남과 수도권으로 나뉜다. 충청·강원도 범수도권으로 분류된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 이외의 ‘비영남’을 아우른 것이다. 전반적인 성향도 나뉜다. 영남이 보수 색채가 강하다면 수도권은 다소 개혁적이다.

그러나 이번 국면에서는 충청의 보수화가 눈에 띄었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 간판을 내걸고 치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은요?”로 전세를 역전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그대로 작용한 것이다.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이장우(대전 동구) 의원은 어느 대구·경북(TK) 의원보다 앞에 서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각각 충남·북 좌장을 자임하는 이인제·정우택 의원은 지난 7일 충청권 의원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원내대표 자진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번에 똘똘 뭉침으로써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국무총리 낙마의 충격을 상쇄시키려는 측면도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