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61)이 당 경선후보 등록 첫날인 26일 19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으로 ‘유능한 혁신가’를 자임하며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낮은 지지율과 ‘여의도 정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저의 결정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기대, 저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보로서의 길을 접지만 앞으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에 배포한 회견문에는 “(불출마 선언이) 당의 경선규칙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최종 회견 문구에선 빠졌다. 박 시장 측은 “경선규칙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그런 언급 자체가 경선규칙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어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당 경선규칙 마련보다 야권 공동경선·공동정부 구성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도부에 제안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박 시장 측 박홍근 의원은 “공동경선·공동정부 주장은 분출하는 개혁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에서 나온 것이지 선거전략 차원에서 내놓은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불출마 문제를 계속 고민해오다 전날 저녁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무엇보다 낮은 지지율이 발목을 잡았다. 한 측근 의원은 “경선이 시작되면 서울시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국을 누벼야 한다. 지지율도 낮은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데다 당내 우호세력이 부족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사실 서울시장 두 번을 어렵지 않게 (당선)됐던 것 때문에 정치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새로 성찰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매우 안타깝다. 공동경선을 통해 공동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저와 박 시장 주장은 유효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들은 아름다운 양보와 협력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며 “참으로 어렵고 고마운 결단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너무 안타깝다. 공동정부 수립의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고, 안희정 충남지사 측도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 시대교체의 길로 가자”고 했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는 터에 박 시장이 중도하차하면서 경선 흥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야당은 박 시장 결정을 ‘친문재인 패권’과 연결지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역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정해져 있고 패권주의는 강하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1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상대 후보를 모욕 주고 헐뜯고, 합리적 비판에 대해서조차 집단적 행동을 통해 위협을 느끼게 하는 행위야말로 내부 분열을 만드는 것이며,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