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낙태죄’ 논의 눈치보기…‘여성 인권 보호 제도화’ 미적

2020.11.24 21:00 입력 2020.11.24 22:14 수정

국회로 넘어온 ‘형법 개정안’ 처리 전망은

여야 ‘낙태죄’ 논의 눈치보기…‘여성 인권 보호 제도화’ 미적

임신중단(낙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향후 국회의 낙태죄 논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들과 병합심사를 거치게 된다. 국회에 올라 있는 개정안은 낙태죄 전면 폐지(2건), 정부안보다 후퇴한 법안(1건) 등 세 건이다. 찬반 대립이 격렬하고 여야 모두 대안 마련에 소극적이어서 이번 회기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낙태죄 처벌 근거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부지리’ 결과를 얻는다 해도 여성 인권 보호를 제도화해야 할 정치권이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임신 후 14주까지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임신중단을 할 수 있고, 15~24주 내엔 임부의 건강이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조건으로 임신중단을 허용했다.

정부안·의원 발의안 병합심사…정치권 ‘민감 사안’ 소극적
회기 내 통과 가능성 낮아…“책임 방기 말고 사회적 합의를”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형법의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임신 여성의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까지 형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정부안은 국회로 넘어와 여야 의원들이 낸 법안과 병합심사를 거치게 된다. 현재 제출된 관련 형법 개정안은 모두 세 건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낸 법안은 정부안보다 보수적이다. 임신 10주까지만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어도 20주 이후엔 불가능하게 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낙태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이은주 의원은 여성 노동자가 임신중단 수술 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내놨다.

이들을 포함해 법안에 공동 서명한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국회의원 300명 중 낙태죄에 입장을 밝힌 의원들은 극히 드물다. 의견을 내는 순간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는 보수진영, 여성 인권을 강조하는 진보진영 어느 한쪽의 표적이 될까 몸을 사리는 것이다.

최근 낙태죄를 없앤 형법 개정안을 마련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 서명 10명을 채우지 못해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동의를 얻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도 소극적이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존중하되 찬반양론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민의힘도 낙태죄에 대한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헌재 결정 후 1년7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의 ‘입장’은 진척이 없는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음달 8일 관련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다음날(9일)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만큼 회기 내 통과 가능성은 낮다. 12월 중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심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정경제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쟁점 법안이 많아 낙태죄 문제는 후순위가 될 공산이 크다.

국회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길 경우 형법의 낙태죄는 사문화된다. 정부 개정안은 다음 회기에나 재논의 대상이 되지만 결정 전까지 낙태죄 처벌 근거는 없는 것이다. 여야의 직무유기가 ‘낙태 비범죄화’라는 ‘어부지리’ 결과를 낳는 셈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문제를 입법기관이 제대로 논의하지도, 대안을 만들어내지도 않는 건 명백한 책임 방기”라며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게 토론과 타협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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