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 트랜스젠더 성별 인정 기준 마련 법안 발의

2023.11.20 15:50

장혜영 정의당 의원(맨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맨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트랜스젠더의 성별 인정 기준을 마련한 법안이 국내에서 최초로 발의된다. 성확정(전환)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1998년 미국에서 혐오범죄로 살해당한 리타 헤스터를 추모하면서 유래한 날이다.

법안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성별과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일치시키기 위해 변경하는 것을 ‘성별의 법적 인정’으로 정의하고, 모든 절차에서 당사자의 인권 존중과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성별의 법적 인정’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정법원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 등을 첨부해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성확정수술을 포함한 의료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도록 했다.

미성년자는 ‘성별의 법적 인정’을 신청할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다만 법정대리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거나 법정대리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심리를 거쳐 성별의 법적 인정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성별의 법적 인정’을 신청하면서 개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무부 장관이 법 시행 이후 3년마다 국제인권규범 등을 고려해 성별의 법적 인정 절차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개정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국내에 트랜스젠더의 성별 인정 기준을 마련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6년 성확정수술을 마친 트랜스 여성에게 성별 변경을 처음 허가한 이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예규를 마련했다. 예규는 법원이 성확정수술 여부 등을 참고해 성별 정정을 허가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일부 재판부가 참고사항에 불과한 성확정수술 여부를 성별 변경 허가의 절대적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서 논란이 돼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5월 “호르몬요법 같은 의료적 차선 수단이 있음에도 개별 상황을 평가하지 않고 외과적 처치를 정정 요건으로 삼는 것은 침해 최소의 원칙에도 반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과 관련한 요건, 절차, 방법 등”을 규정한 입법을 권고했다.

인권위 판단은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은 2014년 공동성명에서 ‘성별 정정을 위해 생식능력 상실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결정권과 인간 존엄성 존중에 위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대다수 국가는 외과적 수술을 성별 변경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지난달 25일 트랜스젠더가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아야 법원에 성별 정정 청구를 가능하도록 한 현행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장 의원은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해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되지 못했고, 엄격한 성별 정정 기준 및 절차, 법원과 법관에 따라 달라지는 비일관성이 존재했다”며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존엄을 위해 성별 정정 등 성별의 법적 인정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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