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미뤄진 국민의힘 전당대회···“한동훈 출마할 시간 벌어”

2024.05.07 16:54 입력 2024.05.07 17:24 수정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당초 계획된 6월 말~7월 초보다 한 달 이상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할 시간을 벌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 위원장은 이날 SBS·KBS라디오에 출연해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40일 정도라서 6월 말이면 5월20일부터는 착수해야 한다”며 “원내대표 선출도 (9일로) 늦어졌고 물리적으로 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룰(경선 규칙)을 확정하고 후보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한 달 이상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총선 참패 후 당선인 총회와 중진 연석회의 등에서 관리형 비대위를 꾸려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중지를 모아 ‘황우여 비대위’를 띄웠는데, 막상 비대위원장 취임 후엔 전당대회 시기를 늦춘 것이다. 9월에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전인 8월에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8월로 예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당내에선 총선 참패한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한 전 위원장 출마에 유리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당대회가 빠르면 한 전 위원장이 나서기 아직 이르다고 할텐데, 늦어지면 출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때 공천을 줬던 사람들을 만나고 세력화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일정대로면 6월 말에 나오는 총선 백서의 책임론에 한 전 위원장이 직격탄을 맞았을텐데 이제 전당대회까지 한 달 이상 시차를 두게 된 측면도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를 뽑더라도 원 구성 협상 등에서 국회 주도권을 민주당에 뺏기고 용산에 휘둘리는 등 당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그나마 (민주당과 용산에) 맞설 가능성을 보였던 한동훈 같은 사람을 찾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 변호사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에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하고, 한 전 위원장이 “그런 적 없다”고 반박한 일이 있었는데, 이는 전대 연기가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인식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존에 출마를 준비하던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반발 기류가 읽힌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쳐 민심에 맞는 지도부를 만드는 전당대회를 가급적 빠르게 추진한다는 게 현 비대위의 목적 아니었나”라며 “정기국회 한달 전엔 지도부가 꾸려져 있어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당권주자는 이날 통화에서 “준비에 시간이 걸리면 어쩔 수 없는데, 여당이 비상지도체제로 오래 가는 건 좋지 않으니 빨리 준비해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른 당권주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리형 비대위를 하기로 했는데 전당대회를 늦게 열면 월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당무라는 게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일할 수는 없다”고 한 전 위원장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나경원(동작구을), 장진영(동작구갑)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2024.4.9 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나경원(동작구을), 장진영(동작구갑)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2024.4.9 성동훈 기자

반대로 친윤석열계가 전당대회를 주도할 기회를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친윤계 중심인 원내 당선인들이 당의 주도권을 쥐면서 전당대회를 이끌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 패배 후 당정관계에 대한 반성이 많았지만, 8월에 열린 전당대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최측근인 이정현 대표가 당선된 전례도 거론된다.

전당대회 연기가 비상권력을 잡은 황 위원장의 이해관계와 맞다는 말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권력이라는 게 두 달 동안 잠깐 하고 내려놓는 게 안된다. 황 위원장이 정치 고수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 8단) 아닌가”라며 “황 위원장도 최대한 본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거라서 8월 말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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