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김정일·김정은 사격표적지 사용 금지

2011.07.27 03:03
박성진 기자

ARF 며칠 앞두고… 전방 호전적 구호 표지판도 철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앞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얼굴이 그려진 사격표적지의 사용 금지령을 일선 군부대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군당국은 또 ‘김일성 3부자를 부관참시하자’와 같은 전방 부대의 호전적인 구호도 이 지역을 상징하는 다른 표현으로 교체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자의 사격표적지 사용 금지 지시는 이달 중순 내려졌다”며 “현재 해병대를 포함한 일선 군부대에서는 모두 표준 사격표적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의 사격표적지 교체 사실을 비공식 경로로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 지도부가 그려진 사격표적지 사용 금지는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며 “특히 사격표적지 문제가 북한 군부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군 정보당국이 사격표적지 문제를 놓고 북한정권 후계자인 김정은이 ‘존엄성 훼손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은 북한식으로 사실상 어떻게든지 보복 도발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도 큰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군당국은 지난 5월 말 일선 예비군부대가 김일성·정일·정은 3대의 사진이 들어간 사격표적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자 표적지를 기존의 것으로 교체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해병대 장병을 비롯한 현역들의 사격훈련에 대해서는 지침을 내리지 않아 해병대의 경우 “훈련성과를 높이고 대적관 확립 차원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병교육 훈련장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계속 사용해왔다.

북한이 민중대회나 매체 등을 통해 “극악무도한 범죄행위이며 초대형 도발행위”라고 비난한 중부전선 육군 3사단(백골부대)의 ‘북괴군의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 ‘미친Ⅹ 몽둥이가 약!약!약!’ 등의 구호도 없어지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철원시 요청으로 담벼락 등에 쓰인 김일성 부자 비난 구호를 지우고 철원을 상징하는 벽화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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