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 회담 갈등 속 ‘행동적 조치’ 주목

2018.05.24 23:22 입력 2018.05.24 23:42 수정

핵실험장 폐기 의미

신년사부터 단계 밟는 북

공언한 ‘비핵화’ 첫 실행

‘판 깰 의도 없다’는 신호

북한이 2006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6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24일 폐기했다. 자신들이 공언한 비핵화 조치의 첫발을 뗀 것이다. 특히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행동적 조치’가 이뤄진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이행을 환영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물론 이번 북한의 조치가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론도 있다. 보수층과 비확산주의자들은 이번 행사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용도를 다했기 때문에 어차피 사용불가능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폐기 행사에 핵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을 위한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대다수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은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한다. 또 북한 핵능력은 이미 더 이상의 지하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핵실험장 폐기가 ‘미래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날 폐기 행사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뒤 이를 처음으로 행동에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핵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향후 행동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정통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실험장 폐기 하나만을 따로 떼어내서 ‘의미 없는 행사’라고 판단하면 현재 북핵 문제의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일련의 말과 행동의 흐름의 일부로 핵실험장 폐기를 이해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를 선언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한 것은 미리 준비된 계획을 하나씩 밟아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한·미와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예정대로 핵실험장 폐기를 이행함으로써 판을 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비핵화 의지’가 변함없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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