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독립기념일 DVD 갖고 싶다” 김여정 뜬금포

2020.07.12 20:44 입력 2020.07.12 20:46 수정

담화 속 ‘사적 요구’ 화제

‘북·미 직접 접촉 신호’ 해석

주메시지는 ‘북핵 인정하라’

“미 독립기념일 DVD 갖고 싶다” 김여정 뜬금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에는 “미국 독립기념절 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뜬금없는 내용이 마지막에 포함돼 있다. 엄숙한 분위기의 ‘공화국 담화’에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어서 이 구절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다소 장황하고 정리되지 않은 문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미 유화적’이다. ‘독립기념절 DVD’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응을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해가 될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고 한 것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신형 전략무기 공개, 대미 압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장애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유화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대목은 이번 담화의 핵심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문제 삼지 않으면 북한도 미국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그래도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싶다면 핵군축 협상을 통해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결국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통해 미국에 ‘서로 핵을 가진 상태에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제안과 함께 ‘핵협상은 북한의 핵을 인정한 뒤 동등한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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