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잃은’ 민주당, 지지층에도 심판당했다

2022.06.02 21:32 입력 2022.06.02 23:20 수정

(1) ‘졌잘싸’에 갇힌 쇄신

지도부 총사퇴…시선은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표명한 후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배재정·권지웅 비대위원, 윤·박 비대위원장, 조응천 비대위원. 박민규 선임기자

지도부 총사퇴…시선은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표명한 후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배재정·권지웅 비대위원, 윤·박 비대위원장, 조응천 비대위원. 박민규 선임기자

대선 패배 이후 진정한 반성 없이
검수완박 ‘꼼수·독주 입법’ 비판
민생 정책 후퇴에 쇄신 놓고 내홍
지도부 총사퇴…지지층 반응 냉랭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2일 총사퇴했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 패배 직후 출범한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배 원인을 두고 지지자들의 이탈을 지목했다. 민주당이 대선 전후 보여준 ‘내로남불’, 오락가락 정책, 민생 무관심, 일방독주식 개혁, 반성·쇄신 없는 태도 때문에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찍어 온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정당”으로 인식하면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다른 정당 지지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50.9%)과 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37.7%)을 봐도 지지층의 이탈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지난 3·9 대선 때 상황과도 다르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47.83%와 투표율 77.1%에서 보듯이 당 지지층의 표심은 결집했다.

대선 후 두 달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이들의 표심이 싸늘하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대선 이후 두 달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믿을 만한 정당의 모습을 지지층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실생활과 관련된 정책 이슈는 보이지 않았고 민생과 괴리된 개혁 입법 독주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에서 보여줬던 민생·진보적 가치와 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나서며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했지만 ‘꼼수·독주 입법’으로 연성 지지층은 떠나버리는 계기가 됐고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도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 정국에 돌입하자 오히려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면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 기조를 뒤집는 정책들을 내놨다. 김포공항 이전 등 폐기했던 공약도 다시 꺼냈다. 개혁 정책에 민생이 없고 공약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당 내에서도 나왔다.

약속했던 혁신도 보이지 않았다. 당 중진인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 등 내로남불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용퇴론 등 혁신안을 제시하자 당 소속 정치인들은 격하게 반발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대선 연장전 구도를 만들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정치’만 반복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선 패배의 주인공이자 책임이 있는 이재명 전 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선거에 전격 등판하면서 당내 분란은 가중됐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생을 믿고 맡길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각종 입법 과정에서 국민들을 배제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거대 의석으로) 힘 자랑만 하는 정당으로 지지층으로부터도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성과 쇄신을 해야 하지만 등을 돌린 지지층을 다시 바라보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비대위 총사퇴에도 의원들의 눈은 8월 전당대회로 쏠려 있다. 김윤철 교수는 “벌써부터 계파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쇄신을 한다고 해도 권력·조직 구조를 바꾸는 혁신과 리더십이 없다면 2년 뒤 총선에서 다시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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