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광주 37.7%’에 담긴 경고의 의미···“심판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이 더 무섭다”

2022.06.03 17:29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오른쪽)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오른쪽)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심판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이 광주가 민주당에 보낸 심판이었다.”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게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의 투표율은 선거 이후에도 가장 충격적인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두 달여 전 대선에서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광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최저 투표율로 돌아서면서다. 이전 선거처럼 민주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평소의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심판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 전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투표에 대한 싸늘한 무관심으로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6·1지방선거 전국 투표율 집계 결과를 보면 광주는 총 선거인 120만6886명 중 45만4516명이 투표해 37.7% 투표율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여 전 대선 당시에는 98만5492명이 투표에 참여해 81.5%로 전국 1위 투표율을 보였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결과다. 대선 투표자의 절반이 넘는 53만여명이 투표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하며 등을 돌린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호남 출신 민주당 정치인들은 선거 직후 광주 투표율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자성하며 광주 시민들의 심판론이 작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심판’이 아니라 ‘무관심’을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광주 남구에 사는 박모씨(48)는 3일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투표는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었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지는 선거에서 나 한 명 안해도 되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모씨(60)는 “대선에서 그렇게 밀어줬는데 민주당은 시끄럽기만 하고 제대로 뭔가 똑부러지게 하는 것도 없지 않나”라며 “국민의힘이 5·18 묘역 참배를 한 게 ‘쇼’라는 걸 알지만 민주당에게선 최근에 그런 쇼도 별로 못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로 인한 실망과 좌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의 정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계속됐고 이는 ‘투표 무관심’으로 연결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민주당으로선 심판론보다 더 무서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과반이 넘는 표를 줘서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지역구 8곳을 모두 ‘싹쓸이’ 하게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이후 좌절과 실망, 그리고 대선 이후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현을 무관심으로 보인 것”이라며 “심판이라는 강한 의지조차 지금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향·심장으로 불리며 정치 민도가 높은 광주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어 심판을 할 때에는 ‘민주당을 혼내서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들어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 같은 심판론의 모습은 없었다는 해석이다.

그런 와중에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를 했고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15.90%라는 보수정당 후보로선 이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얻기도 했다. 광주시의회에는 27년 만에 국민의힘 비례대표 시의원(김용님 당선자)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 지역에 출마했던 한 민주당 후보 측 관계자는 “무엇보다 민주당에 희망과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 가장 뼈아픈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선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지층이 많은 광주에서 나타난 ‘민주당에 대한 불신·불만이 무관심으로 연결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향후 다른 지역 선거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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