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사확인 “꿈같아 울고…”

2000.07.27 19:12

북한에서 전달된 남측 이산상봉방문단 후보 138명에 대한 가족의 생사여부가 발표된 27일 방북을 신청한 이산가족들 사이에는 기쁨과 안타까움이 엇갈렸다. TV를 통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들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적십자사로 달려왔으며 북측에 통보된 200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산가족들은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항의하기도 했다.

‘오늘이 생애 최고의 날’

○…두 동생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이종백씨(68·황해 황주)는 “생각지도 못한 꿈같은 일이 이뤄졌으니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그러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해 마음이 무겁다”면서 “적벽강이 흐르고 월파루가 유명한 고향 땅에 묻히기나 하셨는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50년간 생이별한 아내 김순실씨(76)와 아들 영선씨(56)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평남 평원 출신의 한재일씨(82·서울 노원구 월계2동)는 하늘을 향해 감사의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더욱이 남동생 재삼씨(69)와 여동생 재실씨(56)까지 만날 수 있게 되자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남한에서 결혼한 두번째 아내 소복순씨(76)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속에 북한과 남한에 아내를 둔 기구한 운명이 되었지만 내 가족, 내 형제와 얼싸안을 수 있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한씨는 “방북신청서를 접수할 때 북에 있는 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써내려가면서 아내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며 “그러나 아내가 ‘북에 계신 분이 당연히 형님이신데 통일이 되면 한 집에서 같이 살자’며 짐을 덜어주었다”고 말했다.

○…평북 영변 출신의 채성신씨(72·경기 하남시 덕풍동)는 이날 오전 대한적십자사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은 이미 세상을 하직하고 여동생 정열씨(62) 1명만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눈물을 훔쳤다.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10여년 전부터 매년 어머니 생일(음력 6월1일)에는 제사를 모셔왔다는 채씨는 “북에 갈 때 성묘를 위해 제기(祭器)를 갖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가 확인 기대 걸수밖에’

○…138명의 이산가족들이 북녘땅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감격의 뒤안에 62명의 이산가족들이 ‘생사확인 불가’ 통보를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당초 200명의 추첨명단에 들었을 때만 해도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을 설쳤던 이들은 “죽었다는 확인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황해 송화가 고향인 이활용씨(69)는 “도대체 어찌됐기에 확인이 안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발을 굴렀다. 조복순씨(61)도 남동생(60)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돼 속을 태웠다. 황해 연백이 고향인 조씨는 “아버지는 살아계시기 어려울 것 같아 동생만 신청했는데 동생의 생사마저 확인이 안됐다”며 “추가 확인을 한다는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월북자 가족 방북신청 늘어

○…이날 적십자사에는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물론 200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이날 적십자사는 모두 7대의 전화로 명단을 안내했으나 이같은 항의전화가 계속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라고 달랬으나 이산가족들이 “힘있는 사람들에게 밀려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쉽게 물러나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적십자사에는 이날 그동안 신청을 망설여왔던 납북자 또는 월북자 가족들이 북한방문 신청을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정유미·김석·임영주기자/전국종합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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